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도시
잘츠부르크가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지여서 그런지 전날부터 버스를 장시간 탈 때마다 영화를 한시간씩 끊어서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이미 여러번 본 영화를 또 봐야 하나 싶었는데, 클래식의 반열에 올라간 명작은 뭐가 달라도 다른 건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아서 신기했다. 일정은 반나절 정도 머무르면서 가볍게 미라벨 정원을 보고, 시내로 들어가 모차르트의 생가와 게트라이데 거리를 둘러본 다음 전망대에 올라서 호헨잘츠부르크 성을 조망하는 코스로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미라벨 정원은 글자그대로 '의전복장으로 서 있는 근위대' 혹은 '화려하게 치장한 귀부인' 같은 인상이었다. 그 당시의 유행이 뭔지 잘 보여주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보다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자연을 선호하지만, 이곳에서 노랗게 물든 가을을 볼 수 있어서 사진도 많이 안찍고 그냥 이곳저곳 천천히 걸어다녀 보았다. 참고로,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싶다면 봄에 오는 게 좋을 듯 하다. 늦가을에 가면 꽃감상은 포기하는 대신 단풍은 볼 수 있다.
아래는 시내로 이동 중에 찍은 사진으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 이 성 전체를 조망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다음 게트라이데 거리로 들어섰는데 이곳의 주인공은 아기자기한 간판이다! 길게 뻗은 거리에 여기저기 달려있는 간판들을 사진기에 모두 담을 수가 없어서 가장 유명하다는 몇 개만 찍어봤다. 너무 이쁜 거 아니니?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문맹률이 높아서 모양만 보고 어떤 상점인지 알아보도록 하기 위해 그림이나 조형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차르트 생가를 지나갔다. 아래 사진에 나타난 문장과 글자 사이에 있는 층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모차르트 박물관으로 운영되는데, 그냥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사실 잘즈부르크는 제대로 봤다는 말을 하긴 쫌 힘들다. 모든 게 다 눈으로만 눈으로만, 에휴! 내가 음악 애호가가 아니길 망정이지, 정말 아쉬웠을 것 같다.
이젠 호엔잘즈부르크 성을 보기 위해 푸니쿨라를 타러갈 시간이다. 광장에는 어김없이 조각상이 서 있고, 사실 그 옆에 거대한 금빛 공 위에 서 있는 어린 모짜르트 상이 있었는데 그 사진은 깜박잊고 찍지 않았다. 아래 오른쪽 사진에서 제일 위로 호엔잘즈부르크 성이 보인다. 푸니쿨라는 거의 90도에 가까운 경사 레일을 따라 약 500미터 높이에 위치한 성으로 관광객들을 위로 실어나른다. 이 성은 드물게 거의 완벽한 형태로 보존된 상태라고 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광경이다. 성의 푸른 지붕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내내 붉은 지붕만 보면서 다녔는데 유독 잘즈부르크에만 푸른 지붕이 많은 것 같아서 이색적이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멋진 풍경이다.
생각해보면 인간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권력의 심리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던데, 내 눈에는 그저 자잘한 것들이 안보이고 전체적인 이미지로 다가와서 그런 거 같고, 한국 특히 서울의 빼곡한 빌딩만 보다가 툭 트인 곳을 보면 마음이 시원해져서 그런 것 같다. 이제 또한번의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날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