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동유럽 3개국 여행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첫인상은 글자 그대로 '화려함'이었다. 역시 유럽에서 오랫동안 위세를 떨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 있고 정치적 권력은 없지만 현재까지 왕족의 후손들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최소한 내게는 파리 중심가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 전날 숙소에서 약 세 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와야했기 때문에 정오 즈음에 일정이 진행되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벨베데레 궁전으로 원래 이곳은 정원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10월 중순이 넘어가니 내년을 위해 꽃들을 온실로 옮기고 재정비를 하는 중이어서 정원 풍경은 그리 볼 게 없었다. 화사함을 즐기려면 아무래도 봄에 가는 게 낫고, 차라리 12월이나 1월이라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거나 눈이 내려서 훨씬 아름다울 듯 하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일렀다. 내가 좋아하는 클림트의 그림 진품 여러 점과 에곤 실레의 그림 몇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있었으나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아서 다른 거 다 포기하고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그림만 가능한 시간을 들여서 감상하고 나왔다.
아래 왼쪽 그림이 그 유명한 클림트의 <키스> 진품이다. 가능한 원래 색이 재현되게 찍으려고 노력했지만 핸폰 카메라로는 거의 불가능햇다. 다만 바탕색에서 초록색감이 좀 더 짙었다고 기억하고 금으로 칠한 부분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건 아니었다. 하기사, 순금은 18K보다 반짝이지 않잖아? 오른쪽도 잘 알려진 <유디트> 진품 그림이다. 성경의 유디트를 이렇게 관능적으로 묘사하다니, 그 당시 센세이션이 일어나는 게 당연했을 듯!
그 외에도 클림트의 정사각형 풍경화도 여러점 걸려있었다. 이 가운데 바로 아래 가운데 사진의 그림을 두어번 모작한 적이 있어서 더욱 관심있게 보았다. 그런데 모작할 때 보고 그린 그림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색감이 같은 게 거의 없어서 그냥 선명한 사진을 보고 그렸으나 진품의 색감은 원래 그런 건지 혹은 세월에 따라 퇴색해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흐린 편이었다.
이제는 그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천재로 꼽는다는 에곤 실레의 그림이다. 과감하고 강렬한 선이 인상적인데, 천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요절하지 않았다면 정말 대단한 걸작을 남겼을 것 같다. 게다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기 전에는 결혼과 아내의 임신으로 가족을 이룰 꿈을 꾸게 되면서 반항아 기질을 물씬 풍기던 그림이 조금씩 부드러워졌다고 기억하는데, 좀 더 오래 살았다면 화목한 분위기의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림 하나하나 모두 둘러보지 못해 아쉽지만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했던 벨베데레 궁전을 나와서 최대 번화가로 알려진, 관광객들이 몰려든 명동처럼 복잡한 게른트너 거리와 슈테판 대성당으로 향했다. 그 일대를 링 지구라고 부르는데, 전부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가면서 가이드가 설명하는 말을 들으며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래는 가는 도중 버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찍은 사진이다. 합스부르크의 명성에 걸맞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계속 눈을 사로잡았다.
아래는 슈테판 대성당의 외관과 주변과 내부 모습이다. 유럽의 성당들이 비슷하게 웅장하고 화려하지만 비엔나의 대성당은 정말 아름다왔다.
아래는 비엔나 길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왼쪽은 흔한(?) 골목길 풍경이고, 가운데는 점심 먹으러 가는 도중 담벼락이 특이해서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아래 맨 오른쪽 사진에 나온 휘장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건물에 걸리는 거란다.
우리는 고기와 소시지, 감자샐러드 요리이자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인 '호리이게'를 먹었는데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고, 저녁 식사후에는 소규모 살롱 음악회를 보러 갔다. 옵션 상품이라 신청한 사람만 가는데, 음악에 문외한인지라 연주의 수준을 가늠하기 힘들어서 할까 말까 망설이긴 했으나 색다른 경험이라 한번 가봤다. 관광상품답게 연주자들은 누구나 잘 아는 음악을 연주했고, 막간에 샴페인을 한 잔 주길래 잘 마셨다.
그 다음날은 오전에 쇤브룬 궁전으로 향했다. 화려한 왕궁이 많은 유럽에서조차 그 명성이 높다더니 그 말은 진실이었다. 참고로, 궁전은 일부 개방된 곳만 들어갈 수 있다. 아래는 쇤부른 궁의 전경 사진이다. 거의 좌우대칭으로 된 건물은 너무 길어서 핸폰 카메라 한 컷으로 담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옆쪽에 트럭 한대가 서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잘라냈다.
아래는 연회장으로 사용된 일명 거울의 방으로, 화려한 샹들리에와 금빛 장식물들이 반짝거리고 벽과 천정에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그림들로 가득했다. 쇤브룬 궁은 원래 여름 궁전으로 사용되었지만 방에 난방시설이 되어 있는 것으로 짐작컨데 다른 계절에도 사용되었을 거라고 한다.
역대 왕들의 거대한 초상화들이 벽마다 걸린 방도 있다.
아래 왼쪽은 이 궁전 곳곳에 있는 벽난로이다. 원래 벽난로는 앞쪽으로 장작을 넣는 구멍이 있지만, 왕의 면전에서 잿가루를 날릴 수 없으므로 옆방에서 뒤로 난 구멍을 통해 불을 지폈다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꾸민 방으로 자개로 장식되어 있다.
이쯤해서 사진찍기를 포기했다. 사진으로 남기려면 더 남길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그냥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눈에 담아두기로 했다.
건물도 그렇지만 정원도 좌우 대칭형으로 기하학적으로 꾸며놓았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정돈하고 화려하게 꾸미는 게 이 당시의 유행이었다고 한다. 계절 때문에 꽃이 없기도 했지만 이날 아침 날씨가 흐려서 조금 스산한 분위기 였다.
모든 게 좌우 대칭이다.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으나,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면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들 사이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조금 많이 아쉬었다.
이 정도로 비엔나를 모두 보았다고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나, 자연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내게는 아주 흥미로운 도시가 아니어서 대단히 아쉬운 건 아니었다. 아마도 박물관과 미술관, 왕궁을 둘러보고 정식 음악회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나 명품 혹은 고급스러운 상품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일 듯 하다.
아래는 비엔나 카페에서 마셨던 와인과, 살롱음악회에서의 샴페인!
이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