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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그림 - 수채화

실패의 연속, 결국 KO패

by Stella

수채화에 대해서 쓸까말까 망설였다. 소묘와 유화 중간중간 수채화도 그리긴 했으나, 실패의 연속이었고 결국 완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필력과 재료가 중요한 수채화는 내가 다가가기엔 너무 어려운 대상으로, 지금도 배울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넉다운 KO패 당한 부분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고 싶어서 간략하게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은 수채화를 가볍게 여긴다. 재료값도 싸고, 쉽게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의 미술시장에서 수채화가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수채화는 유화보다 재료비가 훨씬 많이 든다. 유화의 경우도 전문화가들은 고급 캔버스와 물감을 사용할 터이나 저렴한 캔버스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저렴한 물감을 사용해도 실력만 좋으면 그다지 커다란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수채화는 재료의 질이 작품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수채화용 고급 종이와 문구점의 얇은 도화지는 가격차이가 아주 크며, 유화 캔버스는 재사용도 가능한 반면 수채화 종이는 한번 망치면 끝! 그냥 버려야한다. 물감도 가격에 따라 질이 많이 달라지고 발색과 투명도 차이가 커서 좋은 작품을 그릴려면 비싼 물감을 사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만큼 수채화는 재료의 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론 실력이 가장 중요한 건 당연지사이다.


이건 살짝 여담이지만 판화 화가들도 고충이 크다고 한다. 사람들은 판화라고 하면 작품 한개 만들어 계속 찍어내니까 편하고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판화지 한 장은 몇 만원씩 하고, 제대로 된 작품 한 개 찍기 위해서 다섯 장에서 열 장 정도 찍어내어 한 장을 고른다. 부디 그들의 고충도 이해해주길!


어쨌든 트라우마가 생길만큼 내가 수채화에 실패를 거듭한 이유를 생각하기 위해 너무 부끄럽지만 과거에 그렸던 그림을 보니 처음부터 거의 정물 위주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실 선생님이 원래 입시미술 전문인데다 그곳에는 나처럼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도 간간이 왔지만 비싼 화실비를 못내는 아이들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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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었던 건, 한번에 색을 진하게 못낸다는 거였다. 내가 생각했던 수채화는 연한 색부터 사용하는 거였는데 선생님은 반대였다. 어두운 색을 진하게 사용해서 어둠을 먼저 표현하고 나머지는 흘러가듯 그려내는 거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나의 필력이나 색에 대한 판단력이 좋지 못했던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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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화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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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물을 훨씬 더 많이 그렸던 것 같다. 나름 필력을 늘리기 위한 연습이라 여겼는데 지금보니 입시생을 위해 세팅한 것을 나도 옆에서 따라 그리는 바람에 정물을 한번에 너무 여러 개를 그렸던 것도 문제였다.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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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문제점 하나는 붓을 잡으면 손을 '달달' 떤다는 사실이었다. 유화를 그릴 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한번 잘못 붓을 놀리면 그림을 망치게 되는 수채화의 경우 그 영향이 훨씬 컸다. 다른 학생들은 새끼 손가락을 지지대 삼아 살짝 짚으면서 그리기도 했으나, 불행히도 나의 새끼 손가락은 유난히 짧고 힘이 없어서 그 방법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손을 떤 이유를 살펴보면, 일단 심리적인 것도 있고, 내 등근육이 약해서 팔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던 것도 있다. 지금은 헬스장에서 등근육을 보강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라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정말 좋을텐데!


앞으로 내가 트라우마를 지우고 다시 수채화 연습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정도 시도할 것 같다. 나를 위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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