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자발적으로 추상화를 보기 위해 미술관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일 거다. 그만큼 내게 추상화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요즘 추세를 보면, 하얀 벽에 작품 하나 덩그러니 걸어놓고 제목도 '무제' 혹은 '작품-000' 라고 되어있거나 QR 코드로 대신하거나, 심지어 아무 것도 없는 전시회가 수두룩하다. 제목이나 설명을 달아놓으면 감상자도 그에 얽매이므로 작품을 편견없이 자유롭게 느끼면서 감상하라는 '배려'라고 하지만, 내게는 그게 배려가 아닌 무책임으로 느껴져서 '도대체 어쩌라고'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와중에, 너튜브에서 우연히 석란희 작가님의 그림을 봤는데, 왠지 마음이 끌렸다. 추상화에 대한 나의 이해도가 갑자기 마구마구 올라간 건 아니고, 그냥 평소에는 추상화를 보면 차가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분 작품에서는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모른다고 피해다니지 말고 한번 가서 보지 모.
미술관은 자그마한 규모로 1관과 2관으로 이루어져 있고, 석난희 작가님의 전시회는 1관에서 열리는 중이다. 입장료 5천원(원래는 7천원인데 5월은 할인이벤트)을 내면 1, 2관과 조각정원까지 둘러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석판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분은 정말 특이하게도 석판과 목판, 유화 등등 여러가지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해서 작품활동을 하셨고, 그럼에도 주제는 딱 하나, '자연'이다. 어쩌면 모든 그림의 주제가 자연이므로 내가 이해하기 더 쉬웠을 지도 모르겠다.
아래 작품들은 유화이다.
아래 왼쪽 작품은 이분의 대학 재학 중의 작품으로 이 당시만 해도 상당히 피격적인 누드화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누드화 작가로 알려졌으나, 사실 대부분의 주제는 앞에 언급한 것처럼 '자연'이다.
아래 작품들도 유화인데, 숲에서 움직이는 조그만 생명체들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올챙이 같기도 하고 =)
아래 작품들은 석판화이다. 석판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게는 생소한 작품들이었다.
또다시 유화작품!
아래 작품들을 보면서 숲과 맑은 호수가 떠올랐다. 아마 색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유화로 이렇게 투명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왔다. 어떻게 하신 건지 무척 궁금하다.
아래는 엄청 커다란 목판화이다. 왼쪽 사진은 오른쪽 사진의 작품 중 일부를 가까이에서 찍은 거다. 설명에 의하면 석난희 작가님은 몸집이 아담한 여성분인데 이 작품들은 50대 중반을 훌쩍 넘기셨을 때 만든 거라고. 그 나이에 이런 '노가다' '중노동'이 가능하셨다니 놀라왔다.
아래 왼쪽 그림은 석난희 작가의 스승이신 김환기 님의 작품이다. 두 분은 사제지간이고, 석난희 작가는 김환기 님의 애제자 였다고 한다. 그래서 석난희 작가님이 푸른 색을 사용했을 때 김환기 님의 영향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글쎄, 두 분의 작품은 누가 봐도 많이 다른 거 아닌지.
1관을 모두 보고 2관으로 향했다. 여기서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중인데, 아이고야, 젊은 작가들의 작품, 특히 추상과 설치미술은 아직 내게 너무 버겁긴 해.
뭔가 있는 듯, 하지만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작품들을 뒤로 하고 나와서 아담하지만 아름답게 조성된 조각정원으로 갔다.
조각 정원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아름다운나무 한그루! 진짜 예술은 바로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