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운동은 줄창 했다. 이십대 중반, 집에 들어앉아 번역을 시작하자마자 육개월 지나니, 안그래도 없는 근육이 다 빠져서 엄청난 어깨통증 및 여러가지 근육통에 시달리다가 경희대 한방병원에 갔다. 선생님은 무조건 운동하라고, 어떤 거든 상관없으니 무조건 하라고 해서 시작한 운동이다. 꾸역꾸역 하니까 몸 상태가 좋아지고, 좋아지니까 계속 했다. 그래도 워낙 근육이 안생기는 체질이라 아무리 해도 근육량 자체는 늘지 않다가 사십대 중반에 PT를 받아서 운동 자세를 바로잡은 후에 근육이 아주 조금 생겼다. 그래도 어깨통증은 사라져서 만족했다.
근육이 생기니까 모든 게 훨씬 좋아지고, 이 나이에 더 이상은 안생겨도 유지만 해도 좋았고, 몸무게가 함량미달인데다 뼈대가 작고 약한 편이므로 무릎뼈도 보통 성인보다 작고, 조금만 뛰어도 왠지 무릎에 충격이 가해질 거 같아서 달리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에 집중했다. 심지어 트레이너들조차 몸에 지방이 없으니까 유산소 운동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래도 숨이 조금 차도록 운동을 해야 효과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으잉? 이거 뛰어야 해? 무릎다치면 어떡하지?
추운 겨울이 지나고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새벽 헬스장 가기 전에 서식지 주변에서 빨리 걷기를 하다가 그냥 한번 제자리애서 뛰어봤다. 제자리 뛰기 하다가 천천히 뛰다가 다시 걷다가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5분에서 10분 정도 쉬다가 뛰다가를 반복하고 며칠 후에는 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뛰었다. 무릎에 충격이 갈 것 같아서 보폭을 작게 해서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뛰었다. 어라, 이거 할만한데?
이제 한 달 정도 되어가는데 서식지에서 나가서 15분 정도는 빨리 걸으면서 다리 근육을 풀어주고, 그 이후 40-50분 정도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몇 만 보인지 시속 몇 킬로인지 땀이 얼마 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아주 조금씩 늘려나가는 중이다.
그렇게 뛴 다음에 헬스장 오픈시간에 들어가 곧바로 근력운동 30분 정도하고 스트레칭 25분 정도 하는데, 이 운동도 아주 심하게 하는 건 아니다. 무게보다는 자세를 바르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만약 근력을 늘리고 싶으면 무게를 올리는게 아니라 횟수를 늘린다. 나이에 맞게, 체력에 맞게 하는 게 맞는 거 같더라고. 만약 무게를 많이 올리고 싶으면 PT를 받아야지. 전문가 도움없이 혼자 대충 했다가는 다치기 쉽고, 다치면 그나마 할 수 있는 운동도 못하니까!
그런 다음 우연히 유튜브에서 '슬로우조깅'이라는 단어를 봤다. 아항! 내가 지금 하는 게 바로 이거구나 싶다. 알고 한건 아니고 그냥 내 몸에 맞게 시작한건데, 그런 게 원래 있는 거였다. 다들 좋다고 하고, 나 역시 정말 좋다고 느낀다, 아니, 그냥 기분만 그러는 게 아니고, 실제로 다리 근육이 더 단단해지고 특히 종아리가 엄청 굵어졌다. 한달도 못되어 나타난 결과다. 이렇게 말하면, 악! 종아리가 얇아야 옷을 입어도 이쁘지! 난 절대 안해!라고 말할지 몰라도, 그건 젊은애들 말이고, 나이 들수록 종아리와 허벅지는 굵고 튼튼해야 좋은 거라구!
이런 변화가 반가운 이유가 있다. 이제는 내 몸만 있으면 어떤 경우에도 운동이 가능하다는 거다. 슬로우조깅으로 유산소운동을 하고, 내 몸무게를 이용해서 근력운동을 하고, 늘 하던 스트레칭을 하면 일단 기본적인 체력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헬스장이 있으면 더욱 더 좋은 거지.
이제 뛰기 시작했으니 좀 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추위를 너무 타고, 원래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온몸이 냉장고라서 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셔줘야하고,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손끝이 다 갈라졌는데 계속 뛰면서 몸의 변화를 관찰할 생각이다. 이번 겨울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혹은 없는지, 그 변화가 있다면 좋은 건지 혹은 좋지 않은 건지, 일단 내 몸으로 직접 실험을 해보면 나올 거 같은데, 지금으로 봐서는 좋은 방향의 변화인 거 같긴 하다.
아, 이런 게 노후준비지. 운동으로 체력 관리하고, 그림 그리면서 정신적 노동하고, 독서하고, 외국어 공부하고 싶으면 유튜브로 하고, 한달에 한 두번 트레킹하고, 가끔 여행하고, 먹는 건 단순하게 하고, 옷을 비롯한 모든 생활은 실용적으로 하고, 이렇게 살면 되는 거 아닐까? 남들이 부러워하지 않는 삶도 꽤 괜찮은 삶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EzYR3hhC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