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나홀로 뚜벅이 여행 중 비올 때 가는 곳이 바로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이번에도 첫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을 경우 국립박물관에 갈 계획을 세웠는데, 비는 오지 않았지만 첨성대를 지나 쭉 걸어가면 박물관이 나온다길래 기왕 나선 김에 거기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가는 길의 분위기도 느무느무 좋았다.
가장 먼저 신라역사관에 들어갔는데, 전시품이 놀랄만큼 많았다. 하긴, 천년의 역사라니 그럴 수 밖에...
현대에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큼 정교하고 세련된 장신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토우 장식들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표정이 모두 다르고 생동감이 넘쳤다.
하지만 모든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천마총 금관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만들지 못할만큼 정교한 금 세공품들이 정말 많았다.
미술관에도 들어갔다. 그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주로 석상, 특히 불상이 많았다. 여기서는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아서 몇 장만 올려본다.
원래는 월지관을 봐야하는데, 올해 하반기까지 보수작업 중이라 아쉽게도 보지 못했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딱히 뭘 보거나 하지 않아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걷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이제 체력이 바닥난 시점이다. 동궁과 월지가 바로 옆이라서 기운이 남아있다면 주변을 좀 더 돌아보면서 야경을 볼 수 있는 시간까지 기다리겠지만, 그때는 아무리 좋은 게 있어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 대충 정리를 해놓고 에너지 보충을 했다.
엄청 피곤한 상태라서 야경을 포기하려고 했다가 경주에서는 야경을 꼭 봐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다시 나와 과거에는 안압지라고 불렸던 동궁과 월지로 향했다. 불은 일몰시간이 되어야 켜진다. 나는 약간 일찍 가서 먼저 돌아 보고 어느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야 좋을 지 찾아보았다. 날씨가 좋았다면 꼭 야경이 아니더라도 정말 예뻤을 것 같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관람객이 적었으나,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갑자기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주중에도 이렇다면 주말에는 정말 발디딜 틈도 없을 것 같았다.
불이 들어오자, 마치 공간이동을 해서 다른 세상으로 온 기분이 들었다. 경주의 모든 관광지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설명이 필요없고, 그냥 넋 놓고 보면 된다.
이렇게 야경까지 본 다음, 정문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와, 정말로 엄청 긴 하루를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