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경주에도 바다가 있다. 바로 문무대왕릉이 있는 동해안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간 적이 없는 곳이어서 이번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 배차 간격이 너무 넓어서 한 대 놓치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문제가 있기에, 이날은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했다. 나는 명주전시관 - 감은사지 - 문무대왕릉 - 양남주상절리 - 골굴사 - 원성왕릉(괘릉)에 가는 동해안 코스를 선택했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승차해서 가장 먼저 명주전시관으로 갔다. 살아있는 누에도 보고 명주 짜는 것도 보았지만 솔직히 고백컨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대충 보기만 했고, 그 다음에 간 감은사지에서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나온 석탑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한개의 석탑에서는 이끼를 닦아내는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아래 가장 왼쪽 사진은 수령 오백년이 넘는 느티나무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줄기 일부만 살아있고 나머지는 고사된 상태라고 한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나무가 아닌데 옮겨 심을 때 잘못했고 관리소홀이 원인이라고 했다. 이런 멋진 나무 할아버님을 관리 소홀로 고사시키다니! 날도 흐린데다 절터와 탑 두개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그나마 수려한 느티나무까지 고사해버려서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이제 문무대왕릉에 갔다. 예상한대로 가까이에서 볼 방법은 없고, 멀리서 봐야했다.
그런데 문무대왕릉 앞쪽 해변가에 신당 굿당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이곳이 기가 센 터라서 그렇다고 하고, 매년 12월 31일에 오면 엄청나게 큰 굿판이 열리고 작두타는 것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문무대왕릉을 멀리서나마 본 다음, 양남 주상절리로 향했다.
나는 경주에 주상절리가 있다는 말은 한번도 못들었으나, 이번에 가서 보니 경주는 주상절리 백화점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한 지역에 있는 주상절리는 대략 같은 모양을 지니지만, 이곳 양남주상절리는 누워있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고 부채꼴로 형성되어 있기도 해서 제각각 다른 모양을 보여주어서 진짜 신기했다. 그 옆으로 조성된 파도소리길(해파랑길의 한 부분)을 따라가면서 볼 수 있는데 길도 예쁘고 걷기도 좋았다. 아무리 걸어도 싫증나지 않는 길이다.
가다보면 앉아 쉴 곳도 많고, 출렁다리도 있다. 더 가면 벽화마을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출렁다리 건너 조금 더 가다가 집합장소로 되돌아왔다.
다음 순서는 골굴사이다. 이것도 난생 첨 들어본 곳인데, 여기가 선무도 총본산이고, 시티투어버스가 가는 시간에 맞춰 선무도 시범도 보여준다. 골굴사는 글자 그대로 숭숭 뚤린 굴마다 부처를 모셔놓은 절이었다.
아래 사진처럼 계단을 타고 쭉 올라가다가 제일 위쪽에서는 밧줄잡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서 가면 가운데 사진처럼 제일 꼭대기에 있는 불상을 볼 수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만약 저곳에 스님이 계셨다면 사진을 못찍게한다고 했다. 나도 원래 법당 사진은 안찍는데 너무 힘들게 올라가는 바람에 그냥 한번 찍어본 거다. 사실 밧줄잡고 가는 길이 긴 건 아니지만 너무 가팔라서 아마 알았다면 거기까지 안갔을 것 같았을 거지만, 다시 내려올 방법도 없어서 덜덜 떨면서 그냥 가야했다. 으휴...
아래 가장 왼쪽은 불상들을 모셔놓은 바위의 전체샷이고, 가운데는 선무도 시범 무대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앉아 시범무대를 보았지만 내게는 그리 흥미로운 무대는 아니어서 조금만 본 다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자타공인 '말 안듣는 고집불통 아줌마'다. 하핫!
나 혼자라면 절대 못왔을 골굴사에서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원성왕릉으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괘릉으로 불린 왕릉은 신라 왕릉의 결정판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보수할 곳이 나와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여기까지 긴 하루를 마치고 탑승했던 경주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다. 어쩌다가 예정에 없는 시티투어버스를 탄 거지만 뚜벅이 여행자라면 하루 정도는 이런 방식으로 다녀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