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이번 여행에서 얻은 정보와 느낌 몇가지를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적어본다.
1. 역사
경주가 작은 도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서울 면적의 두 배였고, 현재는 인구가 너무 줄어서 25만명 정도이지만 과거 신라시대때는 1백만명이었다니, 정말 번성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1천년을 지속했던 신라의 많은 유적지와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했고, 그만큼 현대적인 발전이 덜 되어 경주시민들은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 그걸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나마 고즈넉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품고 있어줘서 고마왔다.
2. 여행계획
여러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뚜벅이 여행 정보를 모아보았으나, 거의 대부분 황리단길이나 먹거리, 보문관광단지에 대한 게 많아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힘들었으므로 여행동선도 대충대충 짤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직접 부딪히면 수정할 부분이 많긴 했고, 결국에는 에라 모르겠다, 이번에는 일단 가자 싶었는데, 그렇게 하다보니 내 다리와 발이 수고를 많이 했다.
첫번째 날도 천마총이 대릉원 후문 쪽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곳부터 들렀을 텐데 이번 여행에서 못가서 아쉬웠다. 말하자면 숙소 → 고분군 대릉원 후문 → 천마총 → 대릉원 내부를 관람하면서 정문까지 걷기 → 첨성대 → 경주박물관 혹은 동궁 월지 순서였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다.
3. 숙소
고급스러운 호텔을 원하면 보문관광단지 쪽으로 가면 되고, 나처럼 푸짐한 조식을 공짜로 줘도 못먹고, 숙소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는 1인 뚜벅이 여행자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한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이 좋을 듯 하다. 그 부근에는 가성비 넘치는 숙소가 많이 있다.
4. 양남주상절리
주상절리를 보면서 파도소리길을 걸었는데 그건 해파랑길의 일부였다. 완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 외에도 전국에 걸쳐 코리아트래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좋지만 국내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조성되어 있으니 현실적으로 가기 힘든 외국보다 한국에서 걷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숙소도 많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갑자기 아프거나 해도 병원이나 약국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안전하자나! 게다가 정 안되면 그냥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5. 불국사 석굴암
차를 가져가든 버스를 타고 가든 상관없이 아침 9시 문 열기 전에 도착하도록 일찍 가야한다. 자차의 경우 주차장 진입 자체가 힘들므로 더더욱 일찍 가야하고 석굴암부터 갔다가 불국사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불국사도 사람들이 몰리지만 그래도 넓어서 훨씬 낫다. 석굴암 둘러보고 9시 30분쯤 내려오는데 평일이었는데도 올라오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수학여행인지 소풍인지는 모르지만 경주의 특성상 중고생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몰려들면 정신없다.
6. 사색의 도시
경주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딱히 뭔가 보거나 하지 않더라도, 조용히 걸어다니며 사색할 공간도 많았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휘리릭 가서 짧게 머물다 와도 좋을 것 같았다.
7. 날씨
원래 여행은 날씨가 90%라고 한다. 뚜벅이 여행자인 내게는 더더욱 그러해서, 아무래도 날씨가 좋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여행도 더 멋지게 기억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날에만 맑았고, 나머지는 흐렸다. 앞으로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겠지. 비가 오면 박물관 미술관 등등 실내로 가면 된다. 여행 한 번만 갈 거 아니므로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8. 나홀로 뚜벅이 여행
자유롭기도 하지만 외로움과 막막함을 친구처럼 늘 데리고 다니는데 처음에는 힘들지만 익숙해지고, 오히려 편하고 좋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한다. 이건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서 각자 성격에 맞춰 하면 되는 건데, 만약 원한다면 겁내지 말고 일단 해보길 추천한다. 몇 번 해보면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 수 있다.
뚜벅이들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경주는 버스노선이 워낙 좋아서 그런 일이 없었지만 지방 도시에서 버스로 이동할 경우 버스를 놓치거나 버스정류장을 못찾거나 기타등등 여러가지 일이 발생한다. 그때도 스트레스 안받아야 한다. 까짓거 한 군데 빼먹는다고 여행을 망치는 건 아니자나?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마지막으로 경주 황리단길 사진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