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지난번 보령 통점절에 갔을 때 우연히 듣고 이번에도 트레킹 여행사에 신청을 했다. 여기는 '옛길'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과거에는 자주 이용되는 길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을 검색헤보니 이유가 분명하다.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내면 명개리와 양양군 서면 갈천리를 잇는 백두대간상의 고갯길이다. 왕복 2차로로 포장된 56번 국도(구룡령로)가 지나간다. 해발 고도는 1,013m. 정상에서 양양 쪽을 바라보면 정말 아찔할 정도로 높다. 홍천군의 도로 최동단 지점이다. 이름의 유래를 두고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고개를 넘던 아홉 마리의 용(龍)들이 잠시 쉬어간 데서 유래했다는 설, 또 하나는 고개가 용이 승천하는 듯 아흔아홉 굽이라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다. 실제로 운전해 보면 이 지옥 같은 굽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대관령이나 미시령보다 다니기가 수월해서 이용했으나 실제 가보면 등산화도 없던 그 옛날, 만약 날씨라도 험하면 도대체 여길 어떻게 다녔을까 싶다. 올라갔다 내려오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우리는 정상까지 버스로 올라간 다음 그곳에서 능선을 따라 걷다가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근데 내려오는 코스도 만만치 않다.
일단 여기가 정상이다. 해발 1013 미터이고, 내려오는 코스는 구룡령 고개정상-횟돌반쟁이-솔반쟁이-묘반쟁이-갈천리 이다.
그런다음 능선을 따라 걷다가 내려오는데... 내려오는데... 길은 좁은 오솔길이어서 한사람이 겨우 통과하거나, 길은 있는데 길게 자란 잡초들이 앞을 가려서 스틱으로 쳐내거나, 혹은 길을 가로질러 쓰러진 나무들을 타넘고 가야하며, 굵은 나무가지가 낮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머리를 부딪힐 수 있으니 머리 위쪽도 가끔씩 봐줘야 한다.
아래 왼쪽 사진에 나온 오솔길을 보면 알 수 있듯, 매우 좁다.
해발 1천미터라고 하지만 내려오는 길은 구불구불 이어지므로 세 시간 정도 걸리고, 급경사가 많아서 난위도 중(하)로 분류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내게는 힘겨운 길이었다. 등산화와 스틱과 장갑은 완전 필수다. 그럼에도 스틱도 없이, 보통 운동화를 신고서 날아갈 듯 가면서도 중간중간 야생화 사진도 잘 찍는 등산 고수들도 많았다. 으아, 난 못혀! 평지는 6시간 이상 잘 걷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지만 오르막 내리막, 특히 울통불퉁에 미끄러지는 길은 완전 젬병어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다.
1시간 좀 넘게 내려오다보면 약간 넓은 곳이 나오고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 간식을 먹으면서 조금 쉰다.
이제 다시 내려간다. 근데, 여기서부터가 특히 구불구불 완전 급경사여서 사진이고 뭐고 찍을 여유도 없었다. 내려가다보면 수령 200살에 가까운 멋진 금강송도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 쫒아가기 바쁜 나머지 그냥 보기만 했다. 가지 모양이 늘 보던 소나무와는 달랐다.
위에서 적어놓은 것처럼 잡초들이 앞을 가리는 구간도 많아서 쉽지 않았으나, 그나마 일행이 있어서 어찌저찌 내려올 수 있었고,아래 왼쪽 사진의 한가운데에 희미하게 보이는 좁은 길로 빠져나왔다.
끝 지점에 자리한 나무다리 아래로 계곡이 흐른다. 먼저 내려온 사람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궜다. 나는 지난번에 한번 발을 담궜다가 발에 쥐가 난 적이 있어서 안들어갔다.
이제 버스타러 가는 길! 그 부근에 민가가 드문드문 있고, 혼자 사시는 91세 할아버지도 만났다. 마흔아홉에 혼자 되어서 육남매를 모두 길러 내셨다고 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양양시장에 들러 각자 알아서 점심을 해결했다. 참고로 양양시장은 4일과 9일에 오일장이 서고, 그 외에는 상설시장이 열린다. 기왕 가려면 오일장 설때 가면 좋을 거 같다. 그런다음 바로 근처에 위치한 연어생태양식장에 가서 산책을 했는데, 어라? 여기가 의외로 좋았다. 천천히 데크길을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고요함과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왠 양식장인가 싶었는데 예상보다 넓고 걷기도 좋고, 뷰도 좋고...
노란색 꽃들은 언제나 예쁘다!
초반에 힘들었으나 평화롭게 마무리된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서울로! 주말임에도 차도 별로 안막혀서 빨리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