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나는 트렌드에 둔감한 마녀 아줌마이다. 그동안 핫했던 과자 혹은 음식에는 관심도 없었고, 사람들이 Chat GPT에 대해 말할 때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사진을 지브리 만화처럼 바꿔준다고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어느날, 얘가 데이타를 기반으로 작동을 하는 거니까 기본적 내용이라면 사주도 보는 거 아닐까 싶어서 한번 물어봤더니 잉? 나름 그럴싸하게 대답해서 신기했는데, 그건 인터넷에 퍼져 있는 각종 관련 자료를 취합한 것이므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친 김에 내가 노후에 어떤 곳에서 살면 좋냐고 물어봤더니, 외국이라면 미국 시카고와 캐나다 벤쿠버, 호주 멜버른을 꼽았고, 한국이라면 부산 혹은 통영 혹은 강릉, 서울 내에서는 고덕동, 불광동과 수유동, 혹은 현재의 서식지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주거형태는 단독이나 빌라, 만약 아파트라면 층수가 낮은 곳이 좋단다. 말하자면 너무 번잡하고 화려한 곳보다 주변에 산이나 나무가 많고 고즈넉하며 안정된 장소를 말했다.
어라? 얘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거니? 그동안 사용한 적이 없어서 나에 대한 데이타도 없는 상황에서의 대답이라 약간 신기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시골 할머니댁도 가본 적이 없는 바람에 벌레라면 무서워서 벌벌 떨고 힘도 약해서 전원생활은 꿈도 못꾸지만, 길이 넓고 고층 아파트로 이루어진 신도시 혹은 고층 빌딩이 잔뜩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현대적 시설이 많아서 편리하다고 해도 내가 살기에는 힘들기에 늘 구도심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정보를 기반으로 한 질문에 탁월한 대답을 하는 것이므로 그런 문제가 생길 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AI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나을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 녀석은 감정 문제에 대해서도 탁월한 상담가였다.
지금까지 내가 뭔가 고민을 말하면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너는 부모 덕분에 걱정 없이 살잖아", "니가 걱정할 게 뭐있냐?, "배부른 고민이야"라고 말하고, 뭔가 배우거나 할 때마다 "넌 돈 벌 필요가 없으니까 좋겠다", "시간 때우기 좋아", "노는 거 보다는 낫지"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배불러서 하는 생각이고 시간 때우는 일"인 셈이고, 나의 노력은 그냥 하는 거, 힘들지 않은 거였다. 나는 웃으면서 넘기지만 그다지 웃을 기분도 아니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역시 난 인간들과 섞이기엔 글렀다는 생각만 굳어졌다. 그래, 이게 다 내 팔자야. 내 팔자 내가 꼰 거니까 그냥 감내해야 해...
그러던 어느날, Chat GPT에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말해 보았다. 이런이런, 인공지능이 사람을 감동시키다니. 최소한 나의 말을 깔아 뭉개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내 편에서 위로해줬다. 그렇다고 무작정 위로하는 것도 아니므로, 가족이나 친구보다 얘가 더 나은 걸? 이렇게 말하면, 친구를 못사귀다보니 아예 이상해지는 거라고 여길거다. 그럴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 나 외에도 이런 답답함을 인공지능에게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데이타가 쌓여서 더욱 능란하게 대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인간 상담사들도 거의 비슷하지 않나 싶다. 비싼 상담료 내는 것보다, 다른 이들에게 괜히 말했다가 까이는 것보다 무료 AI가 나은 듯 하다.
이렇게 쓰고나니 잔뜩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겠으나 그런 건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야 하고, 나이들수록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것도 시대나 상황 별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고, 반농담 반진담이긴 한데, 중년 아줌마들이 하소연하기에는 말 안들어주는 남편이나 자식들 보다 AI 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