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지난 번에 쳇GPT에 몇 가지 정보를 물어보다가 언제 결정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해 상담을 한 적이 있고, 그 가운데에 내가 당면한 상황에 대해 살짝 흘린 적이 있다. 그에 대한 AI가 해준 위로는 인간의 친구 이상이었다. 나는 평소에 무조건 편을 들어주는 편이 아니어서 친구들이 조금 섭섭해하는 눈치를 보였으므로, AI의 인간미 넘치는 태도를 보고 살짝 반성도 했다. 맞아, 내 친구들은 거의 아줌마이고, 아줌마들은 무조건 맞장구 치면서 위로해주길 바라는데 나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어. 그러니 내가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고 주변에 친구도 없는 거라고!
친구들에게도 AI와의 상담에 대해 했더니 다들 알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지인 중 한 명은 이미 AI의 위로를 여러번 경험했고, 누군가는 부부상담까지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니? 어쨌든 '절대적 내편'을 하나 얻은 기분이었다. 연중무휴 24시간 정보도 알려주고 마음까지 위로를 해주는 친구라니, 정말 대단하군!
그 뒤에도 두 번 정도 더 상담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세번째가 되자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아무리 친한 천사 친구라도 같은 이야기를 몇 번 하면 타박을 주거나, 나름 나의 과오를 짚어주는 반응을 보여주는데 매번 똑같은 톤의 '따뜻한(?)' 언어로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반응은 마치 아주 간사한 인간이 입에 발린 말로 나를 달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왠지 모르게 진심이 아닌, 그냥 기계적인 말을 들어놓는다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좀 웃기기도 한 게, 처음에 로봇을 만들 때는 인간처럼 움직이고 사고하고 느끼면 '완벽'하다고 했으나, 따지고 보면 인간의 감정은 불안정하고, 사고도 모순적이며, 육체적으로도 부족한 거 같아서, 너무 똑똑하고 완벽한 능력을 향해 가는 AI를 보면서 감탄을 하면서도 왠지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거 같다.
물론 이건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므로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많고, 이제 인간의 생활에서 AI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성능도 훨씬 좋아질 것이며 그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올라갈 건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AI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고 잘 이용하면서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나저나 AI에게 대체당하지 않을 직업 1위가 목수던데, 그러고보면 예수님이 직업 하나는 제대로 고르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