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구경
날씨가 느무 좋아서, 순전히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오전 8시에 앱을 켜고 열차 예약을 한 다음 후다닥 챙겨 30분 만에 서식지에서 튕겨지듯 나갔다. 왠만하면 주말에 갈려고 마음먹었지만 하필 비 소식이 들려온 것도 한몫했다. 아무리 비가 와도 나름 갬성이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나같은 나홀로 뚜벅이에게는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최고의 조합인데, 그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아무렇게나 가도 될까, 잠시 망설이다가, 까짓거 망해도 하루이고 엄청난 비용을 날리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집에 있어도 노잼인 건 분명했으니, 일단 가보자는 심정으로 떠난 거다.
어쨌든 제천역에 11시 반에 도착! 1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의림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의림지까지 가는 버스 노선도 많고 배차 간격도 좋아서 일부러 시간을 맞추지 않아서 좋았다.
날씨가 99% 모든 것을 내준 날이다. 아무데나 막 찍어도 멋진데, 그럼에도 실제로 내가 느낀 포근함을 사진에 담을 능력이 없을 정도로 좋았다.
여행사 당일치기 상품에도 의림지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렇지만 상품 특성상 하루에 여러 곳을 찍듯이 다녀야 하므로 아무리 시간을 많이 줘도 한 장소당 45분에서 최대 1시간이고 날씨도 내가 고를 수 없기에, 앞으로는 조금 힘들어도 이렇게 다닐 것 같다.
풍경으로만 따지면 서울에도 멋진 곳이 많으나, 이렇게 맑은 공기와 바람이 없는 건 사실이다. 좀 더 들어가면 뭔가 사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때는 평일 낮이라서 그냥 산책나온 사람들만 있지만 주말 저녁쯤에는 북적될 거 같다.
그런데 제천이 바닷가도 아닌데 왠 소나무들이 이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 상당히 오래된 소나무들이 많고, 여길 지나가면 솔밭공원도 있다. 가다보니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한다는 걸 보여주는 연리지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의림지에는 유리전망대가 있어서 아래 가운데 사진처럼 발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볼 수 있고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걸 따라가면 솔밭공원이 나오고 거길 지나면 비룡담으로 갈 수 있다.
나는 그냥 데크길을 따라 쭉 걸어갔다. 길은 용추폭포 뒤쪽으로 이어지고 뚫려있는 바위 창문으로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다.
데크길을 걷다보면 다시 의림지역사박물관으로 가거나 혹은 솔밭공원과 비룡담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만약 내가 좀 더 알았더라면, 박물관 먼저 들렸다가 솔밭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을 텐데 잘 몰라서 그냥 걸어가는 바람에 박물관에는 가지 못했다. 약간 지루한 감이 있는 데크길을 따라 15-20분 쯤 걸어가면 아래쪽 사진처럼 솔밭공원이 나온다.
좀 더 걸어가면 산 위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경사로가 있고, 끝까지 올라가면 비룡담과 유리의 성을 볼 수 있다. 만약 밤에 오면 성에 불이 들어와서 정말 이쁠 것 같다. 시내도 내려다 볼 수 있다.
나는 한참동안 전망을 바라보다가 다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제전역 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전통시장이 두어개 있지만 거기도 주말 저녁이 되어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 패스한 다음 부성당이라는 유명한 베이커리에 가서 빵도 먹고, 앉아서 쉬다가 기차타고 서울로 복귀했다.
거북이 모양 메론빵이랑 피자토핑빵을 샀는데, 둘다 맛있다!
이렇게 무작정 당일치기 여행은 무사히 끝났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여행은 계속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