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아줌마의 세상구경 2026
몇 년동안 돌아다녀서 역마살도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기온이 오르고 맑은 날씨가 계속되자 동면 중이던 그 넘(?)이 다시 깨어났다. 으쩔껴? 이것도 나의 일부인데, 살살 달래는 수 밖에! 이번 목적지는 다산성곽길이며 우연찮게 남산자락숲길도 찬조출연했다.
다산성곽길 입구는 여러 곳이나 일단 동대입구역에서 시작했고, 5번 출구로 나가 진행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오른쪽에 성곽길로 곧장 연결되는 나무계단이 나온다. 하지만 거기서 몇 발자욱 더 걸어가서, 한양도성멸실구간 - 다산무궁화 꽃길을 통해 갈 수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아래 사진에서 맨 왼쪽이 나무계단이고 가운데 사진은 좀 더 가면 나오는 무궁화 꽃길이다. 둘 중 어느 것은 선택해도 상관없다.
그동안 걸었던 한양도성길과 똑같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성벽돌 자체가 조금 달랐고 길 폭도 좁았지만 접근성 완전 최고인데다 뷰도 좋고 걷기도 편했다. 비슷한 듯 다른 풍경들이 아기자기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분위기가 달라질 거 같다. 아, 난 언제 밤에 와보남!
마을과 인접한 무궁화 꽃길은 예상보다 길어서, 다시 돌아가 나무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건지 생각했는데 마침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나왔다.
아래 왼쪽 사진에는 제일 앞에는 조선시대 성곽, 그 다음은 70-80년대 빌라와 집, 제일 뒷줄에는 아파트가 늘어서 있다. 시대별로 차곡차곡 쌓인 구조물과 집들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가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고즈넉한 풍경이다.
다른 성곽길과 마찬가지로, 길은 여러 갈래이고, 각종 이름의 길과 연결되고 합쳐진다. 남산으로 갈 수도 있고, 반얀트리 호텔쪽으로도 갈 수 있고, 표지판이 하도 겹쳐서 어디로 가야할 지 헷갈리긴 한데, 한가지 분명한 건 아무데나 가도 괜찮다는 거다. 어딜 가도 절대로 길 잃지 않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으니 발길이 가는 데로 내버려두는 게 속편하다. 나는 성곽마루 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이 방향 저 방향으로 가다가 결국 남산자락숲길로 갔다.
그때까지는 남산자락숲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서 처음부터 아예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표지판을 보니 숲길은 총길이 약 5.52 킬로, 남산에서 무학봉까지 이어지고, 아래 사진처럼 대부분 무장애 데크길이어서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일단 계속 걸어가봤다. 거의 숲길 데크길이라서 사진을 찍어도 대충 비슷해서 그냥 걸었고, 약 한 시간만 더 걸으면 무학봉에 갈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두시간만 걷다가 돌아올 생각으로 나섰기 때문에 신발도 간식도 물도 제대로 가지고 가지 않아서 아쉽지만 뒤돌아서 버티고개역으로 향했다. 다음 번에는 숲길 전 구간을 모두 걸어봐야겠다.
아래는 숲길에 대한 정보이다.
이렇게 또한번의 우연한, 천만다행인, 우연천만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실 강남역 한복판에서 살 때에는 편리하고 세련되고 화려하면서도 삭막한 서울이 힘들었는데, 지금 보니 서울, 특히 강북 쪽 지역은 정말 많은 보물을 품고 있다. 쌓이고 쌓인 시간 - 세월 - 역사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