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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15. 2023

국립극장에서 남산타워까지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산책로에도 '치트키'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 생각없이 휘리릭 다녀올 수 있는 그런 장소 말이다. 헬스장이 쉬는 일요일 새벽이나 피곤해서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 같은 날, 문득 뛰어나가고 싶어지면 단 오분만에 가방과 물통과 모자를 챙겨 나오곤 한다.


목적지는 남산이다. 남산타워까지 가는 방법은 정말 여러가지인데, 나의 치트키 산책로는 강남대로에서 420번을 타고 국립극장에서 시작하여 팔각정까지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본 여러가지 길 가운데 나의 서식지에서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이고, 내 체력에 맞게 쉬우면서도 가볍게 운동이 되는 산책로이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면 남산공원이라고 적힌 하얀 표지판이 보이고, 그곳에서 팔각정까지 빠른 걸음으로 35분 정도 걸린다. 팔각정 옆에 마련된 나무 데크에서  잠시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팔도 쭉쭉 뻗어주고, 다리도 털어주고, 서울 시내 한번 내려다보고 다시 걸어 내려와 버스타고 서식지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해서 왕복 두시간~두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만약 아침 다섯시 반에서 여섯시쯤 출발한다면 여덟시 정도에 돌아온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때 하루 운동이 끝나게 된다.

남산 팔각정에서 내려다본 서울


남산으로 산책을 가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평생 서울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산은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뚜벅이 마녀가 대중교통으로 갈만한 곳을 찾다가 남산에 갔다. 오잉? 이렇게 좋은 곳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단 말이니? 당연한 말이지만 강남 한복판의 공기와는 확연히 달라서 꽉 막힌 속이 조금이나마 뚫리는 기분이었고, 그때부터 틈만 나면 남산으로 뛰어가 푸릇푸릇 초록이들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온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남산은 서울의 축복이다. 다른 산들도 많이 있다. 팔각정 옆 전망대에서 보면 서울을 빙 둘러 서 있는 산들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커다란 산이 떡! 버티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가운데 있는 만큼 서울 여기저기에서 접근성도 좋다. 산책로도 한 두개가 아니라 엄청 많으니 골라서 갈 수 있다. 나름 관리를 잘 하는 거 같고, 남산 야외수목원은 갈 때마다 조금씩 뭔가 변하는모습을 볼 수 있다.


자주가는 길 외에도 남산도서관에서 출발하는 길도 완만해서 초보자 산책에 적합하고, 하얏트 호텔 건너편에서 올라가면 완전 산길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똑같이 국립극장에서 출발해도 조금 올라가다가 황톳길로 가면 명동으로 이어진다. 터벅터벅 걸어서 남산에 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래도 버스타고 20분이니 이만하면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서울에 사는 한, 남산은 마녀의 최애 산책로로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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