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포레스트 & 올레시장 & 천지연폭포
반백년이 넘는 인생에서 두번째 제주도 여행이다. 나름 일정을 짜서 가긴 했으나 아니나다를까 약간의 수정은 필요했다. 간략히 적어보자면
1일차 : 공항 ⇒ 동백포레스트 ⇒ 서귀포 올레시장 ⇒ 숙소 ⇒ 천지연폭포
2일차 : 쇠소깍 ⇒ 소정방폭포 ⇒ 정방폭포 ⇒ 외돌개 ⇒ 이중섭거리
3일차 : 용두암 ⇒ 무지개해안대로 ⇒ 도두봉 ⇒ 공항
1일차 여행 시작이다. 겨울 기온이 제주시보다 높은 서귀포 부근을 돌아다니기로 결정하고 서귀포 올레시장 근처 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뚜벅이로 돌아다녀야 하기에 짐도 가능한 줄였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저렴하게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가 있지만 그렇게 하기엔 짐이 별로 없어서 이용하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겨울 제주도 여행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동백꽃을 보기 위해 공항에서 동백포레스트로 직행했다. 공항 1번 게이트-2번 정류장에서 181번 급행을 타고 하례환승정류장(하례리 입구)에서 하차 한다. 길을 건너면 앞쪽으로 이어진 좁은 도로를 걸어가다가 하례2리입구 정류장에서 623을 타고 소남동산에서 하차한 다음 15분 정도 다시 걸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처럼 걸으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한번쯤은 한적한 길을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 풍경을 눈에 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걸으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참고로 623번은 휴애리도 간다.
정원 내부로 들어가보니 동백꽃이 만개한 건 아니었고, 만개했다고 해도 6천원이라는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들어올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대부분 카페안에 마련된 내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온 거 같았다. 나는 카페 내부의 작은 문을 열고 옥상으로 올라가 봤는데 그 곳 뷰가 가장 좋았다. 여기가 뷰 맛집이네!
개인적인 의견을 내자면, 거기까지 가는 길 풍경이나 제주도 곳곳 귤나무에 달려있는 귤들이 꽃보다 더 이뻐서 좋았다.
동백포레스트를 대충 둘어본 후, 서귀포 올레시장으로 갔다. 만지동(동) 정류장에서 655를 타면 되는데, 제주도 버스 정류장의 문제는 이름이 똑같은 버스정류장이 많은 데 어느 방향인지 알기 힘들다는 거다. 즉 만지동 정류장도 (동)과 (서)가 서로 반대방향에 있지만 정류장 자체에는 방향 표시가 없어서 엄청 헷갈린다. 주민들도 거의 할머니들 뿐이고, 대답도 제각각이므로, 정류장에 적혀있는 버스회사 번호로 전화를 거는 게 낫다. 정류장 번호를 알려주면 버스 시간과 타는 곳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서귀포 시골이나 중산간 지역은 카카오 택시 불러도 안오기 때문에 이런 경우 급하면 콜택시 밖에 없다고 한다.
올레시장은 엄청 크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니었고, 그래도 자잘한 먹거리를 마련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각종 기념품이나 먹거리가 풍성하다.
나의 추천장소는 제성제과와 정옥제과. 제성제과는 이름과는 달리 일반적인 빵이 아니라 커다란 튀김만두처럼 생긴 것을 종류별(개당 3~4천원)로 파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왔고, 정옥제과는 추억의 옛날빵을 파는데 재료도 좋고 가격도 엄청 저렴하다. 여기서는 흰앙금빵과 참쌀모찌가 맘에 들었다. 만약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으면 우정마트 추천한다.
구경도 하고 간단히 군것질도 한 다음 숙소로 들어가 체크인하고 짐풀고 약간 숨을 돌린 뒤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천지연 폭포에 갔다. 가는 길도 엄청 이쁘다.
서울에서 인공폭포만 보다가 진짜 폭포를 보니 감회가 새로왔다. 그 주변 경치도 아름답다. 서울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단풍도 남아있고, 오리 가족과 꿩도 있다.
다시 숙소로 오는 길. 석양이 아름답다. 기운이 남았다면 새연교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냥 '로그아웃'하기로 했다.
어리버리 나홀로 뚜벅이 여행자 치고, 이 정도 돌아댕긴 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