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Feb 01. 2024

창덕궁 다시 보기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창덕궁은 소풍이나 사생대회를 비롯해서 상당히 여러 번 갔지만 다른 궁궐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넓은 공간에 비슷한 형태로 띄엄띄엄 서 있는 궁궐 건축물의 애꿎은 계단만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사진만 찍었고, 어디서부터 관람해야하는 지 몰라서 헤매다가 같은 자리만 뱅글뱅들 돌다가 온 것 같다. 설명 표지판을 읽어도 당연히 기억에 남지 않았고, 지금도 책을 읽었다고는 하지만  내용을 모두 기억하는 불가능이다. 그래도 막걸리 술잔 눌러담듯 꾹꾹 밟아가며 여러번 읽고 유튜브 강의도 여러번 듣고, 자주 방문한다면 돌머리에 새겨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관람 순서를 메모해뒀다. 사실 관람순서는 고궁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잘 나와있다. 


책에 나온 관람순서

돈화문 ⇨ 금천교 지나 인정전 ⇨ 인정문을 나와서 ⇨ 숙장문을 통해 ⇨ 선정전(화재로 소실되어 인경궁 건물을 옮겨서 재건. 유일한 청기와) ⇨ 희정당(왕의 사랑채이자 서재) ⇨ 대조전(왕비의 안방이자 침실, 입구는 선평문) ⇨ 화계(꽃계단) ⇨ 경훈각(대조전 뒤쪽, 왕실 가족과 왕의 휴식공간) ⇨ 낙선재(장락문으로 들어감 ⇨ 수강재 ⇨ 석복헌 - 화계에서 낙선재 뒤뜰까지 볼 것


** 동궁: 세자의 영역. 현재 성정각이 남아있음 ⇨ 관물헌(세자의 책과 문방구 보관) ⇨ 송화루(서화 수장고)

** 낙선재 : 효명세자의 아들인 헌종이 지은 것으로 단청이 없는 게 특징

** 창덕궁의 내전: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이 포함되며 희정당 신관 앞쪽부터 관람 시작 

** 후원: 예약해야 함


아래 사진은 돈화문과 금천교이고 돈화문 앞마당에는 천연기념물인 회화나무가 여덟 그루 있다고 한다.  

인정문을 통해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으로 향했다. 내부의 전등은 약 1백년 전에 설치한 거라고.  

인정문과 인정전 주변 사진이다.

인정전 옆문을 통해 선정전으로 갈 수 있지만 책에서 읽은대로 인정문 밖으로 나와 숙장문(아래 왼쪽 사진)을 통과하니 선정문이 있고, 회랑을 따라 왕이 신하들과 정무를 논하던 선정전으로 곧장 이어진다.

화재이후 인경궁에서 옮겨온 청기와가 돋보였다. 한옥은 역시 지붕과 처마가 일품이다.

어딜 둘러봐도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는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더 신기한 것은 여러 채의 지붕들이 겹겹히 보여도 전혀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비록 건축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문외한인 내가 봐도 궁궐을 포함한 전통 한옥은 멀리 보이는 산과 마당의 나무와 풀을 모두 고려해서 지은 것 같더라. 인위적인 서양식 정원, 일본이나 중국정원과 달리 한국의 미는 역시 자연과의 조화에 있는 듯! 

아래 사진은 왕의 사랑채이자 서재인 희정당이다.

아래 사진은 희정당 내부이다. 조선 말기때 들어온 서양식 클래식 가구가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뿐만 아니라 앞뒤로 통한 문으로 내다보이는 모습이 거의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아래 사진을 찍을 때 정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더라! 

왕의 처소는 양 옆으로 복도와 방이 즐비하다. 시중을 들기 위한 궁녀나 내시들이 사용하는 곳이겠지. 누군가 시중을 들어주는 것도 좋겠지만 평생 타인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극한 직업'에 속할테지.

희정당 뒤쪽의 선평문을 들어서면 왕비의 안방이자 침실인 대조전이 있다. 

내부에는 근대식 자개 가구가 있다.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고 기품있더라.

대조전 뒤쪽으로 가면 아래 사진처럼 화계, 즉 꽃계단이 있다. 한겨울에도 이렇게 예쁜데, 봄 여름 가을에는 얼마나 이쁠까? 

dㅏ

아래 사진은 동궁의 영역인 성정각에 있는 보춘정이다. 성정각 동쪽 누각으로 보춘(報春)은 '봄이 옴을 알린다'는 의미란다. 옆 쪽에는 희우루 현판이 있는데 희우(喜雨)는 '비가 내려 기쁘다'는 뜻이래.

성정각에서 찍은 사진들. 어딜 봐도 아름답고 정갈하다.

자, 이제 마지막 코스인 낙선재! 장락문으로 들어가면 된다. 낙선재는 24대 헌종의 명에 따라 사대부 선비의 집처럼 지은 것으로 단청은 없지만 여전히 기품있고 아름답다.

낙선재를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편에 낙선재 뒤뜰로 이어지는 문(위쪽 오른편 사진)이 있다. 여기에도 화계가 있고, 오래된 돌도 전시되어 있고, 대조전 뒤뜰처럼 아름다우면서 기품있는 모습이 돋보인다.

아래 사진은 수강재와 그 부근이다.

아래는 낙선재에 들어서기 전 외관의 모습이다. 우아한 지붕의 선은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답다. 

아래는 창경궁과 후원으로 가는 길목 풍경과 낙선재 앞쪽 정원의 풍경이다. 정원 안에 정자처럼 보이는 게 있는데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멀리서 보기만 했다. 

창덕궁에 여러 번 갔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은 처음 알게 되었다. 웅장한 경복궁에 비하면 창덕궁은 작고 소박하지만 자연스럽고 기품이 돋보였고, 조선시대 왕들이 가장 좋아했던 궁궐이 창덕궁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후원은 봄과 가을과 눈이 내린 겨울에 잘 맞춰서 가볼 예정이다. 


사실 서울에만 궁궐이 다섯개 + 비원 x 사계절 = 최소 스물 네 번 방문해야 한다. 역사학자도 아닌 내가 궁궐만 갈 이유도 없고, 사방을 둘러싼 산과 둘레길, 공원, 박물관, 미술관만 돌아다녀도 진짜 바쁘다. 

작가의 이전글 계룡산 동학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