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아이도 힘들고, 육아를 하는 우리 부부도 힘든지라 어디로든 나가는 편이다. 여행지는 주로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해양생물을 보러 가거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현충일인 이 날은 대왕 고래의 실제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해양박물관을 데려갈까 하다가 가까운 숲을 찾기로 했다. 이사한 집 주변에 숲이 없는 데다가 숲을 가본 지도 오래되어서 아내가 한 제안이었다.
오전에 집 청소를 끝낸 우리는, 채비를 하고 목적지인 미동산 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까지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논과 푸른 산의 풍경들이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수목원에 도착하니 동행하기로 한 아이 친구네도 와 있었다. 우리는 넓은 챙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펴 바르고 유모차를 대여해 아이들을 태웠다.
청주 토박이지만 작년 11월에서야 미동산 수목원을 처음 방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창원 출신인 아내가 먼저 방문 후 내게 추천을 해주었다. 직접 방문하니 사진과는 딴판이었다. 산세가 둘러싼 자연스러운 지형에 부지도 넓고, 식생도 다양했다. 목재 문화 체험장, 도서관, 목재와 돌 등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도 있었다. 종종 가던 세종수목원은 아기 수목원처럼 느껴졌다. 그날 다 둘러보지 못한 나는 '봄이 오면 아이와 함께 재방문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었는데 6개월 만에 실행하게 되었다.
미동산의 여름은 울창했다. 주로 초록이 물결을 이뤘고, 곳곳에 노랑과 자주색 꽃들이 포인트를 주었다. 길을 따라 올라가던 아이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모래 놀이터에 자리를 잡았다. 아내의 무언의 배려 속에 나는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작년 겨울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며 새로운 세상들을 접하게 되었다. 숲속 도서관이 보였고, 전망대가 있는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망대에 오르니 산세와 호수가 또렷이 보였다. 흔들리는 나무들 속에 바람의 움직임이 보였는데, 내 마음도 훑고 갔는지 답답하게 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듯했다.
전망대를 지나니 굵고 큰 메타세쿼이아 숲이 이어졌다. 부드러운 잎을 가진 메타세쿼이아는 '습한 곳을 좋아해 수목이라고도 한다.'라고 팻말에 쓰여 있었다. 나무의 특징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수련들이 모여있는 수생식물원까지 다다른 후에야 발길을 돌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숲을 탐방하던 나는 깨달았다.
'난 숲을 가까이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아이들은 어느새 목재 문화 체험장까지 올라와 있었다. 가져온 뻥튀기를 나눠먹기도 하고, 없어질 새라 양손에 쥐기도 했다. 자갈밭에 엎드려 보고, 같이 놀면서도 따로 노는 아이들은 아직은 같이 노는 개념이 부족한 4살이었다.
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아이는 소변을 마려워 했다. 마침 지나가는 숲 교육가분이 소변을 볼 수 있는 한쪽 배수구로 안내해 주셨다. 옷과 팬티를 내린 아이는 시원하게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걸 본 아이 친구도 소변이 마렵다며 바지를 내렸는데 두 아이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절친으로 보였다.
마감 시간까지 꽉 채우고 나온 우리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각각 파란색, 빨간색 쭈쭈바를 입에 넣은 아이들은, 뇌를 강타하는 차가움에도 아이스크림에 홀려 멈출 줄을 몰랐다.
아이 친구네와 헤어지고 나니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더운데 외부 활동이 괜찮은지 물어보시는 듯했다. 아내는 말했다.
"아버님, 여기 나무들이 커서 하나도 안 더워요.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