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알고 있었니?

by MoonQ


연일 이어지는 맹렬한 더위를 꺾듯 우레를 동반한 비가 쏟아졌다. 아이는 번개를 처음 보았다. 대지를 순간 비추는 번개의 능력에 한참을 감탄했다. 연속되는 뇌전에 집 안은 캄캄해졌고, 아이는 장모님 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재난 문자가 날라왔다. 강력한 10억 볼트가 어린 전기들을 다운시켰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다운된 전기는 다시 일어났고, 어둡던 방이 밝아졌다. 이 현상은 몇 차례 반복됐고, 번개가 물러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른 새벽, 우리와 장인어른 그리고 장모님과 작은 처제는 복숭아 따러 갈 채비를 했다. 태양이 대지를 데우기 전, 최대한 일을 끝내버릴 심산이었다. 장화를 신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발랐다. 며칠간 살갗을 태우는 더위가 연속되었기에 준비에 만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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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렉스를 타고 동산에 오르자, 마을을 뒤덮은 자욱한 안개가 선명히 보였다. 물기를 머금은 흙과 나무는 각기 가진 원색을 또렷이 발하며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고, 공기 중에 맺힌 물방울들은 폐에 깊숙이 파고들어 폐에 끼인 먼지들을 씻어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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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달리, 구름이 방패막이 되어 주었고, 구름에 막힌 태양은 제힘을 내지 못했다. 우리는 깊게 눌러쓴 모자를 벗고, 빨간 바구니를 들고 복사나무 앞에 섰다. 장모님이 지휘하셨고, 붉은빛 복숭아들을 따서 바구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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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따려면 먹어봐야 된다는 장모님 말씀에 따라 하나둘 먹기 시작했다. 멀리서 처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송우가 따면 계속 먹어."


먹는 것이 허락되자 아이는 따는 족족 한 입씩 베어 먹었다. 손자 사랑에 눈먼 장모님은 제재하지 않으셨다. 다행히 먹는 속도가 따는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얼추 시간이 지나니 산자락에 다다랐고, 여덟 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열심히 따 온 복숭아는 지인들에게 나눠주었고, 남은 녀석들은 냉장고에 들어갔다. 냉장고에 들어간 복숭아는 날이 지나자 물렁해졌다. 처음 맛을 잃었다. 아내는 말했다.


"시간이 흘러도 딱딱한 복숭아는 약을 친 거래."


아이는 이 사실을 알고 있던 걸까? 그래서 따자마자 열심히 베어 물었던 걸까? 냉장고에 들어간 복숭아는 아이 기억에서 잊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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