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삼 일째, 하얀 눈이 아스팔트 위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고요히 내리는 눈은 할머니를 마중 나온 천사들 같았다.
우리 유족들은 장례 버스에 탑승해 화장터인 목련공원으로 향했다. 대부분 피곤에 절어 잠들었는데 아이는 뭐가 신나는지 띠띠뽀 노래를 불러댔다. 노래에 답변이라도 하듯 기사 아저씨는 눈보라를 헤치며 신나게 달렸다.
화장터에는 다른 유족들로 붐볐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터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기다림에 지친 초등 꼬마들은 저마다 핸드폰 화면에 빠져들었다. 화면에 빠지지 않은 막내 둘은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이들의 옷을 살폈다. 패딩 외에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이 신은 신발은 크록스였다. 심지어 아들 신발은 구멍이 송송 뚫린 여름용 크록스였다. 막내 조카 신발은 안쪽이 털로 덮여 있어 그나마 나았지만 쌓인 눈을 밟다 보면 금방 젖어버릴 터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기가 넘쳤고, 손은 끈질겼다.
문밖을 나서자 아이들은 금세 강아지가 되었다. 조막만 한 손으로 한가득 눈을 쥐고는 내게 던져댔다. 롱패딩으로 무장한 나는 무서울 게 없었다. 눈싸움만으로는 아쉬워 단단히 눈을 뭉쳐 굴리고 굴렸다. 재미있어 보였던지 조카는 한 주먹씩 눈을 들고 와 덧붙였다. 어느새 불어난 눈덩이는 아이들 만해져 있었다. 눈은 연속됐고,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은 떠나지 않았고, 할머니의 육신은 하얀 눈처럼 변하고 있었다.
작년 여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90살까지 살다 오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를 늘 그리워하신 할머니는 약속을 지키려 우리 곁을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