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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솔로캠핑에 비가 내린다고?

28년 인생 첫 솔캠이자 우중캠핑 도전기

by 리트리버를 좋아해

캠핑이라는 취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은 아마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일 터이다. 왜냐하면 그전까지는 대학생이자 군 복무를 했었고 취업준비생이었기 때문에 캠핑을 갈 만한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이후로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아주 멋진 건축물을 보거나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면서 사색에 빠지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이러한 나의 성향과 잘 맞는 취미가 뭐가 있을까? 하고 이리저리 살펴본 결과 캠핑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산청 경호강그린캠핑장 뷰

하지만 최근 들어 친구들과 함께 서너 번 캠핑을 다니면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내가 백퍼센트 만족하는 캠핑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친구들과 캠핑장으로 떠날 때 음식같은 경우는 당일 다 같이 마트에 들러 친구들의 개인적 취향을 모두 고려하면서 누구 하나 불만족하는 사람이 없는 음식들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캠핑은 좋은 풍경,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으러 가기 때문에 음식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캠핑장 장소는 워낙 예약하기가 힘들어 내가 어디를 고르던 예약만 성공한다면 다들 좋다고 하지만 음식같은 경우 내가 내 마음대로 먹고 싶은 종류와 양을 결정한다면 서로가 불편해지고 만족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음식을 먹는 시기와 속도같은 경우에도 친구들과 맞추어야 한다. 내가 지금 살짝 배가 불러서 조금 있다가 고기를 구워 먹고 싶지만 배가 고픈 친구가 있으면 지금 당장 고기를 불판에 올려야 하며, 술을 조금 천천히 마시고 싶은데 친구들은 술잔 부딪히기를 조금 빠른 속도로 권유하기도 한다. 물론 내가 고기를 천천히 굽자 하고, 술을 천천히 마시자는 등 내 의견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러한 행동들은 다른 친구들의 만족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

7B018748-8271-42A5-AC83-45907174FB07.jpeg 모둠회에 소주 짠!

이러한 생각들을 머릿속에 담아두면서 어느 날 캠핑장에 온 혼자 캠핑을 즐기러 온 솔로 캠퍼분들을 보게 되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여유가 있어 보였다. 텐트와 타프를 칠 때에도 천천히 부드럽게 설치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서 만들어보고, 음식도 본인이 먹고 싶을 때 원하는 속도로 온전히 즐기는 듯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솔캠(솔로캠핑)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솔캠을 하는 유튜버분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한번 혼자 나만의 나만을 위한 캠핑을 한번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토, 일, 월의 휴일이 나에게 주어졌고 난 기대 반 두려움 반의 마음을 담아 솔로캠핑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나는 일, 월의 1박 2일 캠핑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월요일에 대구에 있는 나의 대학 동기들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고, 캠핑장 예약은 토일 보다 일월이 훨씬 더 내가 자리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솔로캠핑에 도전하기에 적합한 캠핑장은 사이트의 수가 적고 사이트마다 간격이 넓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혼자 캠핑을 하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간격이 좁으면 혼자 캠핑을 평온하게 즐기러 온 나의 만족감이 떨어질 것이며, 반대로 내 옆의 사이트 사람들도 자기 바로 옆에 혼자 캠핑을 하는 내가 있다면 조금 목소리를 낮추거나 하는 등 신경이 여러모로 쓰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경북 고령에 위치한 우니메이카라는 캠핑장을 선택했다. 이 캠핑장은 2명 또는 나처럼 혼자 캠핑을 조용히 하러 온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우선 사이트 개수가 총 8개로 소규모로 운영이 되었고 사이트 간격도 완전 널찍널찍하지는 않지만 조금 간격이 있었다. 또한 여기에서는 블루투스 스피커 사용이 일절 금지되고 휴대폰 음악소리조차 들리게 해서는 안된다. 아주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캠핑장이라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고,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 캠핑장의 화장실은 사이트마다 개별 화장실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1번 사이트는 1번 화장실, 2번 사이트는 2번 화장실 이렇게 개별 화장실을 추가 요금 1만 원만 지불하면 깨끗하고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추가 요금 1만 원을 안 주더라도 깔끔한 공용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첫 솔캠을 도전하는 나에게 아주 적합한 캠핑장이라는 확신이 들어 곧바로 예약을 진행했다. 일-월이라 사이트 위치도 내가 원하는 제일 구석 자리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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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별 개별화장실 및 공용화장실. 기본적인 세면도구들이 구비되어 있다.

대망의 캠핑 출발하는 날! 혼자 집 근처 마트에 들러 내가 캠핑 가서 먹고 싶은 것들을 주저하지 않고 눈치 볼 거 없이 마음대로 골라서 바구니에 넣었다. 고기도 늘 먹던 삼겹, 목살이 아니라 항정, 가브리살로 골랐고 술도 소주가 아닌 간단하게 캔맥주 2캔만 골랐다. 주전부리도 내가 좋아하는 닭강정이랑 꼬북 칩으로 고르고 그 외 나머지 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과감하게 버렸다. 뿌듯한 마음으로 짐을 싸서 캠핑장으로 출발하려는 데가 날씨가 이상하다. 일기예보에는 강수확률이 30%라고 되어있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가는 길에 비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내리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러다 그치고 말겠지 했는데 캠핑장에 도착하는데도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급한 게 없었다. 왜냐? 나는 혼자 캠핑 왔기 때문에 옆에서 재촉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캠핑장의 내가 예약한 사이트 옆에 주차를 해두고 비가 조금 그치기를 편안하게 기다렸다. 그 누구도 이러한 기다림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왔다면 그냥 비 조금 맞더라도 얼른 치자고 재촉을 받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급해서 비 조금 맞더라도 같이 치자고 말했는데 다른 사람은 비 맞기 싫다고 나중에 비 그치면 치자는 등 의견이 안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차 안에서 한 10분 기다리는데 때마침 비가 잠시 그치는 상황이 와서 얼른 트렁크를 열어 나의 장비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라서 장비를 설치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설치하는 과정 자체도 아주 재밌었다. 타프랑 텐트의 방향이 조금 안 맞으면 그냥 내 마음대로 바꾸어도 되고 타프 각도 또한 내가 보고 싶은 뷰의 방향대로 조절하면 되는 것이다. 그냥 시간의 압박 없이 천천히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속도로 천천히 치는 과정이 온전히 나의 자유였다.

4.jpeg 의자가 2개인 이 사진을 보고 부모님께서 여자친구(없는..)랑 간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셨다. 남는 의자는 단순 짐을 두기 위한 것.

위의 사진처럼 내 마음대로 텐트 사이트를 구축하고 이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이날 캠핑장엔 나 말고 다른 커플 한 팀만 있어서 아주 조용하게 보낼 수 있었다. 먼저 캔맥과 닭강정을 꺼내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내가 먹고 싶은 속도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음식을 즐겼고 그와 동시에 가져온 노트북을 꺼내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했다.(앞서 언급했듯이 조용한 분위기를 위해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

16.jpeg 인기 드라마 D.P 정주행 성공!

캔맥과 닭강정을 다 먹어서 그런지 배가 불러서 곧바로 고기는 구워 먹지 않았고 보던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솔로캠핑이 아니었다면 배가 불러도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배가 불렀을 때는 뭘 먹어도 맛이 있지 않다. 드라마를 거의다 볼 시점에 조금 출출해져서 내가 먹고 싶었던 부위의 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쌈무나 쌈장이나 채소 옆이 그냥 고기에 소금만 뿌려서 맥주랑 함께 먹었다. 물론 고기의 맛을 풍미롭게 할 다채로운 재료들이 있었다면 더 맛있기야 하겠지만 난 이게 더 좋았다. 혼자 올 때 이러한 것들을 사서 오면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담길 것이 뻔하다. 괜히 비용만 더 나가고 부피만 더 차지하고 마지막으로는 쓰레기로 남길 바에는 그냥 고기에 소금 하나만 들고 오는 것이 더 편하고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내가 준비한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왜냐하면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을 내가 직접 골랐기 때문이다. 너무나 만족스러웠고 행복했다.

9.jpeg 한꺼번에 다 올리지 않고 적당량만 구워 먹고 나서 또 구워 먹었다.

이렇게 음식과 드라마 시청을 전부 마무리하고 양치를 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누웠는데 막상 산속 캠핑장에 옆에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자려고 하니까 조금 무서웠다. 산에서 멧돼지가 내려오지 않을까 아니면 동네 어떤 강도가 들이닥쳐 나한테 위협을 가하지 않을까 등등 오만가지 상상을 다하기 시작했다. 군대도 다 갔다 온 젊은 남자가 뭐가 무섭냐고들 하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웠다. 근데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그쳤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조금 운치가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게 더 컸다. 캠핑장에 사람도 많았으면 덜 무서웠겠지만 유일하게 다른 사이트의 커플의 텐트는 나랑 거리가 조금 멀었다. 그래도 맥주를 마신 취기가 있어서 그런지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비는 그쳐있었지만 텐트 안이 난리였다. 바닥공사를 내가 철저하게 안 했는지 아니면 텐트가 이상한 것인지 텐트 안으로 물이 많이 새어 들어온 것이다. 왼쪽 방향뿐만 아니라 동서남북 사방에 물이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서 내 자충 매트가 물이 젖었나 싶어서 살짝 들어보았는데 그래도 자충 매트 밑에 발포매트를 깔아 둔 덕분에 젖진 않았다.

11.jpeg 텐트 안에 물이 들어왔다.

부랴부랴 텐트를 전부 철수하고 물을 탈탈 털어버리고 텐트를 펼 처서 말리기 시작했다. 근데 날씨가 다음날까지도 흐려서 제대로 말려지진 않았다. 일단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타프 밑으로 들어와서 내가 요새 캠핑 가서 자주 먹는 순두부 라면을 끓이고 조용한 캠핑장 아침 분위기를 이용해서 독서를 했다. 비도 내려서 미세먼지 하나 없는 자연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침식사와 함께 집에서 읽는 중이던 책을 들고 와 펼치니 또 다른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자연에서 먹고 싶은 음식과 함께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자유란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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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라면과 읽고있었던 책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체크아웃 시간이 되기 전 1시간부터 캠핑장비들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가져온 음식들이 많이 없었고 다 먹어치운 바람에 쓰레기가 많이 없었다. 체크인할 때 받았던 일반쓰레기봉투에 잡쓰레기를 담고 캔맥주는 찌그러트려 분리수거장에 처리를 하였다. 테이블 매트를 물티슈로 슥삭 닦고 나의 최애 아이템 구이 바다 불판도 물로 헹구고 물티슈로 닦으니 정리하는 것도 금방 끝냈다. 물티슈는 진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타프랑 텐트 철수하는 것은 혼자 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천천히 꼼꼼하게 물기를 닦고 이쁘게 접어 트렁크에 실었다. 다 철수하고 나서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체크아웃을 하였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하는 생활들이 점차 보편화되고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혼자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여 자신만을 위한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와 그들과의 비교를 꺼리고 오로지 본인 자신만을 위한 행위들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혼자 하는 것들이 어색하고 눈치 보이고 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고 오히려 더 즐거운 경우도 많았다.(안 좋은 경우도 물론 있었다).

캠핑을 조금 다녀보니까 다른 사이트의 캠핑장비들과 비교를 하게 되고 내가 부족한 장비를 채우고자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끝도 없다. 이러한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취미는 캠핑이라고 생각한다. 비교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해도 눈에 내 텐트와 다른 사이트의 텐트가 바로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추가적인 지출을 하지 않도록 심사숙고 끝에 최적의 장비를 골랐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 다른 장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가진 장비들이 그 어느 것보다도 제일 좋을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내가 가진 것에 대해 만족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혼자 하는 캠핑은 매력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캠핑은 무조건 혼자 하는 것이야!라는 주의는 아니다.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캠핑을 함께 가는 것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테지만 캠핑을 가고 싶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이 안 맞거나 내가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혼자 캠핑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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