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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트리버를 좋아해 Jan 22. 2024

스키장 후기

동계스포츠 하나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1년 반 쯤 전이였나, 직원분과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해 겨울, 그 분은 스위스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보는것만해도 웅장해지는 아름다운 하얀 설산에서 외국인들이 스키를 즐기는 걸 봤었는데, 정작 본인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본인도 스키를 탈 줄 알았더라면 국내에 있는 스키장이 아닌 외국의 멋진 설산에서 잊지못할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살면서 동계스포츠 하나 정도는 배워놓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평소 사계절,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스포츠만 몇가지 할 줄 알지, 겨울이나 여름 등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할 줄 몰랐다. 특히 물을 무서워했던 나머지, 친구들과 물놀이를 가더라도 구명조끼는 필수품으로 챙겨야하는 번거로움이 항상 수반되었다. 그래도 눈은 무서워하지 않았던 터라 즐길 수 있는 동계스포츠를 하나 배워봐야겠다고 그때 다짐했었다.


그래서 1년전 스노우보드를 잘타는 친구를 따라 스키장을 거의(?) 처음 가봤다. 아주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 무주리조트 스키장에 가본 기억은 있다. 아주 흐릿하긴 했다. 어쨋든, 그 친구 덕분에 강습료를 내지 않고 편하게 배울 수 있었다. 평소 운동신경이 있었던 터라 크게 안다치고 천천히 잘 내려오곤 했다. 올해는 그 친구의 도움없이, 여자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다행히 여자친구도 운동신경이 있었던 터라 어느정도 초보자 코스에서 함께 즐길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중급자 코스에 도전을 해보기도 했다.


동계스포츠는 확실히 익스트림 스포츠가 맞다.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다른 사람들을 밑에서 올려다보면 천천히 즐기면서 내려오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위에서 직접 타고 내려올때 느껴지는 속도감은 보는 것보다 더 빠르고 무섭기도 하다. 중간중간에 잘못 넘어지면 온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부딪히게 된다면 그 위험성은 배가 된다. 어느 정도 실력이 오를때까지 견뎌야 하는 고통은 적지 않다. 그리고 체력적으로 확실히 힘들다. 처음에는 속도 조절을 위하여 중력을 맞서 버텨내는게 온전히 내 몸의 근육이였다. 어느정도 타다보면 근육을 쓰지않고 무게중심을 잡아서 그 중력을 비껴가는 방법을 알게 되긴 했다. 이렇게 설산의 경사와 그로부터 오는 중력을 기반으로 새하얀 눈위에서 짜릿한 스릴을 즐기는 것이 바로 동계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다.


또한, 동계스포츠는 즐기는데 시간과 비용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많이 든다. 우선 그 스키장까지 자가용을 타고 가야하고, 그 다음에 스키숍에 가서 스키복을 고른다음, 스키장 앞에까지 올라가서 보드와 리프트권까지 수령해야한다. 그렇게까지 하는데 하루에 기본 10만원 정도 든다. 여기다가 강습까지 받아야하는 초보자라면 그 비용은 추가가 된다. 또 스키를 타다가 중간에 허기져서 푸드코트에 들러 음식을 사먹는 경우에는 비용이 또 든다. 푸드코트에는 외부음식 반입이 불가능하다. 그 푸드코트에 음식들은 대부분 가격이 비쌌다. 주문한지 1분도 안되어서 나오는 냉동돈가스가 왜 15,000원인지 모르겠다. 스키를 부담없이 즐기려면, 어느정도 실력을 쌓은 다음에, 개인장비를 구입하고나서, 시즌마다 리프트권을 구매하고, 식사는 외부에서 가져와서 푸드코트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스키장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두 부류로 나뉜다. 2~30대의 연인 또는 친구들끼리 오는 젊은 사람들, 또는 아이들과 함께 오는 4~50대의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 젊은 사람들 그 나이때에는 무서울 것도 없고, 많은 경험을 하고자해서 동계스포츠를 즐기러 오는 것 같다. 4~50대 분들 중 대부분은 아마 2~30대 시절부터 꾸준히 스키를 즐겨온 분들이시고, 추후 가정을 꾸린후 자녀들과 함께 즐기러 온 것 같다.


과연 나는 스키장에 잠깐 왔다가 맛만 보고 떠날 것인가, 아니면 실력을 키워서 꾸준히 즐기고 미래의 자녀들과 함께 다시 올 것인가. 솔직히 아직까지는 보드타고 내려오는게 조금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정도 무서우면서 스릴있는게 동계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다. 이제 고작 한 두번 가본거가지고는 보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건 맞다. 아직 두다리가 튼튼할때.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때 많이 가보고 배워놓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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