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트리버를 좋아해 Feb 13. 2024

취침 전, 무언가 공허하다면

치열함으로 빈 곳을 가득 메우기

어제밤 취침전, 유튜브 '라이프코드'라는 채널에서 공허함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그건 어쩌면 요즘 나의 마음이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작년 10월 말 치열하게 준비하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끝이 났다. 22년도에 1차시험, 23년도에 2차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갔고, 결국 그 결승선에 도달하고 난 후 성취감에 잠깐 홀리긴 했다. 하지만 그 성취감에서 깨어나는건 순식간이었다. 일단은 시험이 끝나자 읽고싶었던 책도 읽고, 하고싶었던 테니스도 치고, 중단했던 헬스장도 다시 다녔다. 그렇게 다시 내 삶을 다양하게 채워넣으면서 살아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채워넣어진 무언가가 비워지는것도 금방이었다. 뭔가 하루 스케줄은 바빴지만, 잠들기 전 무언가 찝찝함이 드는 마음을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어디론가 달려가야 했지만, 결승선이 어딘지를 몰랐다.


영상에서, 공허함 찾아오는 이유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이 풍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한 공허함을 찝찝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우리의 인생이 유한하기 때문. 우리는 한정된 시간속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다양한 경험 데이터들을 우리 몸속에 층층이 쌓는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그것들을 가공하고, 선별하여 좋은 유전자 데이터들를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게 우리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본능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고, 그래서 우리는 공허함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때 찝찝함만을 따로 쫓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풍만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오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들어, 친구와 단둘이 카페에 갔다면,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하나 시킨 후, 친구와 스몰토크를 하다가 흐름이 끊기면 서로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친구와 헤어지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것을 지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자주 가던 카페말고 새로운 카페에 가서, 그 카페안의 온도, 빛, 향, 인테리어, 음악 등 사소한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놓치지말고 제대로 한번 느껴보자. 또한 늘 마시던 메뉴말고 새로운 음료를 주문하여, 그 맛과 향 등에 흠뻑 빠져보자. 친구와 대화를 할때에는 스마트폰은 잠시 눈밖에 두고, 상대방과의 대화에 심취해보자. 그 친구가 말하고자하는 생각과 의도에 집중하고, 그에 발맞춰 깊게 생각한 후 나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고자 노력해보자. 이정도라면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선 후, 공허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는 것 대신,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를 묵묵히 복기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를 한번 그려보자.


결국은 우리에게 몰입이라는게 필요하다는 것. 내 인생에 이것저것 되는대로 동시에 진행해보는 멀티플레이가 아닌 오감을 활용하여 한가지라도 제대로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다양한 것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생이 풍만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주로 테니스를 치곤 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대충' 즐기는 것 같다. 테니스 경기의 시작인 서브를 넣을 때도, 그냥 공을 위로 던져서 라켓을 휘두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라인에서의 나의 발위치, 공을 내 손끝에서 떨어져 보낼때의 감각, 그와 동시에 올라가는 라켓과 모아지는 두발, 그리고 점프와 동시에 떨어지는 라켓헤드, 그리고 끝까지 공을 바라보고 정확하게 라켓면과 공이 타켓되는 순간까지. 그 감각과 동작 하나하나에 온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최적화된 테니스라켓의 무게와 스트링의 종류, 그리고 신발까지. 테니스라는 운동의 구성요소 하나하나에 나의 관심과 선택, 그리고 몰입이 들어갔을때 나의 취미인 테니스에도 충만함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일과 일상의 균형이라는 뜻인데, 과거 우리가 너무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개인의 삶이 피폐해지는 사회 현상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단어다. 이러한 현상때문이랄까 나도 이 단어가 마음에 들어, 일보다는 나를 돌보는 행동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럴수록 내 삶이 더 풍요로워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텐데,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사실 일도 못챙기고 퇴근후의 삶에 있어서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다. 영상에서는 '워라벨'이라는 단어에 대해, "워크도 빡!, 라이프도 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말이 맞다. 공허함을 벗어나 진정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위해선 일할때만큼은 일에 집중하고, 퇴근후에 있어서는 일상에 집중해야 한다. 쉴때도 잘 쉬어야 한다. 어정쩡하게 쉬어서는 안되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놀때는 또 제대로 놀아야한다. 남 눈치보지말고 마음껏 웃고 떠들고 즐겨야 한다.


앞으로 몇십년 남은 인생, 그 중 하루 24시간을 구성하는 1분 1초에 하나하나에 내 마음을 줘버리자. 시간이 흘러 과거를 돌아봤을때, 아니 잠들기전 오늘 하루를 돌아봤을때 한숨을 쉬면서 눈을 감으려하지말고,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눈이 감길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1)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면, ‘내 인생, 뭔가 공허하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 65만 조회수 강연콘서트 「공허의 시대」 최신판 Part.1 - YouTube

작가의 이전글 스키장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