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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는 숙면이다

by 리트리버를 좋아해

설 연휴 마지막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다. 가까운 근교 도시로 넘어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내 차가 아닌, 그녀의 차 조수석에 탑승했던지라, 운전에 대한 번거로움이 덜했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옆 도시로 이동해,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그 후 부어오른 배를 누그러뜨리기위해, 근처 공원을 가볍게 산책했는데, 이상하게도 피로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운전을 하지도 않았는데..' '공원을 산책해서 그런걸까..' 아니다. 생각해보니, 식당에서도 피곤하긴했다. 아니다. 차안에서도 조금 졸리긴했다. 그래서 그럴까, 여자친구의 말에 호응을 잘 못해줬던 것 같다. 그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는 단답식으로 잘라내고, 자꾸만 나도 모르게 대화를 중단하려고만 했다.


나도 이런 내가 싫었다. 일주일만에 만나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했고, 그녀는 이 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녀는 그간 축적해둔 에너지를 사랑의 감정으로 전환하여 나에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에게 미안했다.


생각해보니, 데이트 전날 고향 친구들과 치킨에 소주를 마신게 원인이지 않을까 했다. 그 당시에도 그 다음날은 여자친구와 오전부터 데이트가 있을 예정이라고 생각해서 과음은 하지 않았다. 적당히 마시며 기분좋게 집에 들어가서 잠에 들었다. 하지만 숙면에 문제가 있었다. 나는 평소 6시에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그 후에는 단 물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으려 노력한다. 최상의 수면 컨디션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저녁식사 이후 잠들기전 음식물이 나의 몸에 들어온다면, 잠자는 동안에 내 몸의 장기들은 계속해서 음식물을 소화시키기위해 일을 할 것이다. 물이라면 오히려 빨리 흡수되어 새벽에 화장실을 찾게되는 본능이 깨어날 것이다. 결국 이러한 행위들이 숙면을 방해하고,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된다. 그 다음날 아무런 스케줄이 없어, 집에서 쉬어도 되는날이라면, 전날 무엇을 먹고 자든 상관없긴 하겠지만, 사실 야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우리의 몸 자체에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꼈다. 숙면이 기본기라고. 숙면을 위해서는 몸을 비워야 한다고. 몸을 비우는 건 간단하다고. 그냥 채워넣지 않으면 된다는 것. 몸속에 내 욕구를 채우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달았다. 특히 그 때문에 나 뿐만아니라 주변사람들까지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된다.


다시 한번. 기본기는 숙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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