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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열매 Aug 08. 2024

까만 악어씨에서 음주 토끼까지

까맣고 독한 놈. 여리고 순한 놈.

@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나의 그림일기에 등장하는 남편의 캐릭터는 악어씨다.

날카로운 이빨

짱짱한 근육, 길지 않고 넓은 몸

그래서 나는 빨간, 초록, 파랑, 검정

여러 빛깔의 악어를 그리고 또 그렸다.


밉기도 하고 이해도 되고

인간.... 이건 너무 하네 싶다가도

한편 안쓰럽고

가끔 피식 웃게 만드는 남편


나에게 사는 게 호락 호락하지 않다는 걸

사람은 너무나 서로 다르다는 걸

또 의외로 단순하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까맣고 독한 놈.

여리고 순한 놈.


그런데 요즘 남편이 토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귀여운 코, 퉁실한 배, 쫑긋한 귀

예민한 감각

온순한데 눈이 어져 사나워 보이는

알코올 섭취가 과한

음주 토끼

내가 변한 건지 남편이 변한 건지

변했다.




      토닥 한 줄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ㅡ메리 올리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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