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7576 열매 그림일기
매년 반복해서 빌리는 책이 있다.
지금도 내 책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책
'정리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반짝반짝 스타일 넘치는 집이 아닌 간소하고 단정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고 싶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욱 느끼게 되었다.
집. 머무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내가 집의 주체로 살고 있는지
물건에 치여 객이 되어 머물고 있는지
그건 집을 대하는 나의 태도일 것이다.
밥도 거의 밖에서 먹고 잠만 자고 나가는 남편
가끔 등 떠밀려 빨래와 이불을 정리하는 두 딸
살림보다는 다른 재미난 일들이 머릿속에 가득한 나
그 속에서 가끔 이성을 잃는다.
삶을 단호하게
간결하게 살고 싶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만큼
집안에 어떤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며 살면 좋겠다.
2022년 나는 결심한다.
우리 집에 사는 물건들에게 각자의 자리를 주고
숨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마련해 주리라.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리라.
3년째 식탁에 붙어있는 글귀를 노트에 적고 떼어낸다.
"나는 인생을 간소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런 삶이 주는 여유가 좋다.
내 인생의 철학은 절제이다. 이것은 내핍과는 다르다. 나는 필요한 만큼 소비하고
낭비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살 때 그것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쓴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 시간에 대해 인색해져야 한다.
시간을 아껴서 정말 좋아하는 일에 써야 한다.
시간을 우리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을 때 나는 그것을 자유하고 부른다.
자유롭고 싶으면 소비에 냉정해져야 한다."
-전 우루과이 대통령 무히카-
2022년 1월 7일
이런 비장한 결심을 하고
그 해 2월 나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살던 집에서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만 들고 왔다.
이사 시간이 넉넉했고 15분 남짓 거리라
왔다 갔다 가며
짐을 옮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포장이사를 하는 이유를.........
두 달 남짓 이사기간에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니
두 번의 큰 가정불화와
일주일에 한 번은 험한 꼴을 봤다.
바야흐로 그때가 결혼 15년 차로
소파와 TV를 처음 장만 했고
'심플이즈 더 베스트'를 가슴에 담고
단순, 여백, 비움의 삶을 살아보고자 했건만.......
2년 동안 우리 집에는 많은 택배상자가
도착하고 또 도착했다.
누구 탓을 하랴
1+1에 마음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
취미가 마트별 공산품 가격비교인 사람
이건 꼭 사야 돼! 라잇 나우~~
소장각이야~내 존재의 이유
다양한 소리가 귓가에 와서 속삭이니 말이다.
언젠가 다 부질없었음을
깨달을 그날을 기다려 본다.
나부터
토닥 한 줄
욕망은 우리를 어디로 내모는가?
집 밖으로 계속 내몬다.
-프란츠 카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