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아주 특별한 이혼 가족 이야기 (7)
4. 맞춰가는 방법 (2)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게 혼자 병원에 다녀오라는 말은 서운함 그 이상이었다.
아이 둘을 재워 놓고 한 대화 끝에
“난 문제가 없는데 왜 같이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해? 원래 아이 키우는 시기, 부부들은 다 이렇게 살아! 유난떨지 마! 우리 엄마도, 누나도, 어머님도 다 이런 시기를 그냥 지내오신 걸 텐데. 왜 너만 그래? 너만 힘들다고 하지 마. 나도 나가서 일하느라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데... 네가 원한다면 내가 이혼을 해줄게... 그걸 원하니?”
라는 말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기도 했다.
병원에 함께 가는 문제로 2주간 다툰 끝에 친정 부모님께 아이들을 부탁하고 예약한 ‘심리 상담센터’에 가는 차 안에서도 다퉜다. 상담이 시작 됐지만 남편은 방어적인 태도로 타인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거부 반응을 보였다. 난 선생님을 마주 보고 앉아 몇 마디 해 보지도 못하고 3시간 가까이 울기만 하다 상담 시간이 끝났다. 상담센터에서 받은 내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학병원에 가서 같은 검사를 진행했다면 바로 약 처방을 당연히 받아야 할 위험한 우울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과 다른 시간에 각자 센터에서 상담 치료를 시작했다. 선생님 앞에 앉으면 입도 떼지 못하고 상담시간 내내 울다 나오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따뜻한 시선에 상담을 시작해 내 속에 숨겨놨던 지난 12년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처음 ‘심리 상담센터’를 찾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부모님의 이혼 과정에서 내가 받은 충격과 공포를 제대로 마주 할 수 있었고, 가장 안쪽의 내가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알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