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완전히 공쳤네?'
소개팅 이후의 에프터는 기본 예의, 삼프터는 거의 확정이라던데. 그런데 토기는 첫 만남 이후 사흘 동안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접고, 그냥 좋아하는 영화나 한 편 보자며 상영작을 찾던 중이었다. 때마침 조커가 눈에 들어왔다.
이왕이면 누군가와 함께 보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없거나 이미 봤다고 했다. 결국 혼자라도 봐야겠다 싶어 영화관을 고르고 있는데—
그 순간,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누나, 조커보러 갈래요?'
의외였다.
뜻밖이었고, 동시에 조금 기뻤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 기다린 연락이라 감격했다기보다는, 조커를 혼자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안도에 가까운 기쁨이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OK'라고 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성급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땐 조커가 전부였다. 아마 토기 입장에서는, 내가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용산에서 보기로 했다. 조커는 예상보다 훨씬 날카롭고 압도적인 영화였다. 나는 이야기의 흐름에 휩쓸렸고, 토기는 화면 그 너머를 보았다.
"중간에 화면비 바뀌면서, 흑백 장면 기억해요?"
그의 감상은 의외로 깊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마치 만든 사람처럼 분석하고 해체하는 그의 말투에서 무언가 다른 결이 느껴졌다.
영화가 끝나고, 근처에서 주꾸미를 먹었다.
첫 만남 때 토기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미리 찾아둔 곳이었다. 사실 나는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그가 좋아하는 걸 준비하고 싶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근처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 마셨다. 토기는 술에도 관심이 많은 듯했다. 술 이름의 기원과 맛의 특징, 어울리는 안주까지 줄줄 설명하는 걸 보니, 단지 마시는 것 이상으로 즐기는 사람 같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역 근처까지 걷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나, 손 잡아도 돼요?"
순간 당황했다.
손을? 지금? 왜?
머릿속엔 짧은 시간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혹시 병원 일로 거칠어진 내 손을 싫어하진 않을까.
거절하면 괜히 어색해지지 않을까.
그렇다고 너무 갑작스레 잡는 건 아닌가.
하지만 현실에서의 시간은 아마 2초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짧은 거리였지만, 그 짧음이 오히려 선명했다.
우리는 손을 잡은 채 걸었고, 각자의 방향으로 전철을 타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이 이야기를 공유하자 연애박사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이건 간 보기다."
"한 번 튕겨야 했다."
"몇 번 더 만나면 사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박사들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우린,
그다음 만남부터 연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