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달이 났어!"
아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중문 틀에 이마를 기댔습니다. 마스크 자국이 깊게 파인 얼굴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합니다.
평소라면 "다녀왔어"라며 씩씩하게 웃었을 그녀가 오늘은 아무 말 없이 식탁 의자에 몸을 던집니다.
"유독 힘들었나 보네. 무슨 일 있었어?"
냉수를 한 잔 들이켠 아내가 마른세수를 하며 입을 뗍니다. 검지손가락에는 미세하게 갈라진 상처가 있습니다.
"병원이 사람을 잡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재활병원 3층 복도 끝, 급조된 '격리실'에서 벌어진 기괴한 이야기가 식탁 위로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게 맞아요, 과장님? 이건 격리가 아니라 방치 아니에요?"
수간호사의 목소리가 복도 끝 원무과장실 문을 뚫고 터져 나왔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병동을 이끌던 그녀지만, 오늘만큼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앞에는 빳빳한 와이셔츠를 입은 원무과장이 안경테를 매만지며 서 있었다.
"수선생님, 목소리 좀 낮추세요. 환자들 듣습니다. 병원 사정 뻔히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놀고 있는 1인실을 격리실로 바꾸는 것뿐이잖아요?"
원무과장은 간단한 일을 왜 어렵게 만드냐는 투로 대답했다.
"그 방 보셨어요? 그냥 일반 1인실에 종이 한 장 붙여놓으면 격리실이 돼요? 음압 장비는커녕 헤파필터 공기청정기 하나 없잖아요! 거기다 (*)CDI 환자잖아요, 일반 소독제로는 죽지도 않아요!"
이번에 입원한 환자 양 씨는 60대 남성으로, 대장의 CDI 감염으로 인해 지독한 설사를 쏟아내는 '격리' 대상인 동시에, 오랜 기간 음주로 면역력이 바닥이라 외부 균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역격리' 대상이었다.
즉, 밖으로 균을 내보내서도 안 되고, 안으로 균을 들여보내서도 안 되는 완벽한 차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병원이 마련한 것은 창문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는, 오랫동안 방치된 1인실뿐이었다.
"거기다 알코올 중독이잖아요! 상급병원에서 이미 (*)DT 뜬 이력도 버젓이 적혀 있는데, 이런 환자를 재활병원이 무슨 수로 감당해요? 갑자기 날뛰면 어쩔 건데요?"
수간호사의 현실적인 항의에도 원무과장은 귀찮다는 듯 차트를 툭툭 쳤다.
"이미 대학병원에서 급한 치료 다 끝내고 '재활'로 내려온 거 아닙니까. 우리 병원은 격리수가를 챙겨야 이번 분기 내 흑자 전환이 가능해요."
"아니 돈을 떠나서..."
계속되는 수간호사의 항의에 원무과장은 차단하듯이 말을 끊었다.
"아니면, 간호사들 고생할까 봐 그래요? 코로나 때처럼 방호복 입고 들어가면 되지, 뭐가 문제예요? 아, 그리고 이번에 격리실 유치했다고 국가지원금 나오면 병원 주차장 리모델링 진행할 겁니다. 병동에도 그동안 주차할 수 없다고 전달하세요."
일방적인 대화종료. 수간호사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별도리 없이 과장실을 나왔다.
항상 모든 문제는 현장에서 감당해야 했다.
전염병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거나 투약을 하려면 간호사는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어야 했다. 일회용 가운, 이중장갑,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까지 착용하는 데는 숙련된 간호사도 최소 5분에서 7분이 걸렸다.
"으아악! 이거 놔!!"
격리실 안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40년간 매일 소주를 마셨다는 양 씨의 DT 증상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투약 카트를 밀다 말고 격리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문을 바로 열 수 없었다. 방호복 없이 들어갔다간 병동 전체에 CDI 균이 퍼질 수도 있었고, 반대로 내 옷에 묻은 보이지 않는 균이 환자의 미약한 면역 체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병원(病院)은 병원(病原)이다. 온갖 환자들의 병균이 모여있는 어찌 보면 가장 비위생적인 곳.
손을 떨며 방호복 소매에 팔을 끼워 넣는 5분은 영겁의 시간 같았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양 씨가 수액 줄을 홱 뽑아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는 피가 튀었고, 환자는 비틀거리며 침대 난간을 넘으려 했다.
'제발, 제발 낙상만은! 제발!'
마음속에서는 절규가 나왔다. 낙상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담당 간호사의 몫이었다. 신경질적으로 잘 껴지지 않는 장갑 탓이 들었다.
겨우 방호복을 다 갖춰 입고 들어갔을 때, 방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특유의 썩은 내 같은 지독한 악취가 좁은 방 안에 진동했다.
환자는 이미 침대 위에서 설사를 지린 채, 그 오물을 손으로 휘저으며 환각과 싸우고 있었다.
"뱀이야! 뱀이 기어 다녀!"
양 씨는 오물을 피하듯 휘청거렸고, 나는 땀범벅이 된 페이스 쉴드 너머로 흐릿한 시야를 확보하며 환자를 간신히 침대에 눕혔다. 방호복 안의 온도는 순식간에 40도까지 치솟는 듯했다.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가웠지만 손을 뻗어 닦을 수도 없었다.
모든 필요한 조치를 마치고 격리실에서 나와, 땀이 흥건한 채 방호복을 벗었다. 샤워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바로 그때, 복도에서 원무과장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원장님. 격리실 세팅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입원 한 달만 돼도 지원금 상당히 떨어질 겁니다. 아유, 고생은요. 우리 지역의 환자 안전 수호를 위한 일 아닙니까. 하하하!"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오물이 잔뜩 묻은 방호복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이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재활이 아니라 전문적인 감염 관리와 정신과적 치료였다.
하지만 병원에게 이 환자는 그저 '지원금을 만들 도구'일뿐이었다. 보너스는커녕 땀에 절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간호사들의 노동력은 병원의 장부 어디에도 계산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어?"
내가 묻자 아내는 씁쓸하게 웃으며 간호복을 세탁기에 던져 넣었습니다.
"어떻게 되긴. 2인 1조로 방호복 갈아입어가면서 버텼지. 환자를 보호대로 묶어놨는데도 불안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원무과장은 퇴근하면서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리모델링 업체 카탈로그만 보고 있더라."
아내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합니다.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는 말없이 검지와 중지에 반창고를 붙입니다.
"내일 진짜 출근하기 싫다. 그냥 병원 문 닫아버렸으면 좋겠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내는 세탁기에서 갓 나온, 축축하게 젖은 간호복을 건조대에 널었습니다.
병원은 환자를 돈으로 보고, 누군가는 돈을 안전으로 포장해서 팔아먹지만, 그 엉터리 격리실 문 앞에서 5분 동안 발을 동동 구르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건 결국 내 아내 같은 평범한 간호사들이었습니다.
저는 아내의 굽은 등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내일 아침 출근하는 날씨가 좀 덜 매섭기를 빌고,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미리 잡아두고, 그리고 병원이 만든 5분의 불안함 속에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CDI : 심한 설사를 유발하는 전염성 세균 감염
(*)DT : 심각한 알코올 금단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