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투자라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
재미없는 부분은 끝났다. 이제 주식, ETF, 옵션, 부동산 등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재미없는 부분을 건너뛰고 재미있는 부분부터 시작한다면 분명 투자가 잘못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렇게 늦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회사를 사는 것이다. 회사의 가치나 시세보다 싸게 사야만 이득이 되고, 비싸게 사면 손해가 된다.
주변 상가나 마트에 나가 장 볼 때를 생각해보자. 상품의 가격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조금씩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떨 때는 바겐세일을 하기도 하고, 품절대란이 나면 가격을 올려 되팔기도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물건이 싸게 나올 때는 너도나도 사려고 몰려들기 때문에 사기가 쉽지가 않다.
결국 현실적으로 싸게 사기 위해서는 약간의 결함이 있는 상품을 사야 한다.
유통기한이나, 약간의 손상 등을 이유로 싸게 나온 상품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먹기 위험하거나, 상당한 손상을 입은 제품들도 있다. 그런 폐품들을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서도 안 될 것이다.
결국 물건을 보는 안목이 없다면 호구당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는 물건을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물건을 볼 줄 모른다면 아예 사지 마라.
사지 않으면 원금은 지킨다.
회사가 좋은지 나쁜지는 단순화시켜 보면 잘 보인다.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나?
회사가 빚이 얼마나 있나?
경영진이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은?
이 세 건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이 나온다면, 이제 주가 창을 열어볼 만하다.
최근 3개월 간 얼마에 팔렸나?
최근 1년 간 얼마에 팔렸나?
최근 5년 간 가격이 어떻게 변동됐나?
사실 가격이 싼지 비싼지에 대한 절대 척도는 없다. 회사의 미래가치를 반영해서 기대심리가 비싼 가격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공포에 의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 형성되기도 한다. 자신들만의 가치척도와 최근 가격 트렌드 등 복합적인 결과물이 차트에 나타난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에 팔리고 있던 가격을 알고 있고 기업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그 물건은 사도 괜찮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기초적인 부분만 설명하기 때문에, 주식 가치 평가 방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그 양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물건은 볼 줄 모르지만 이러저러한 계통의 물건들이 잘 나갈 것 같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다.
ETF는 투자운용사에서 만들게 되는데, 예를 들어 보자.
A투자운용사가 Samsung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 나갈 것 같아서 5:5의 비율로 유지하는 ASSK라는 이름의 ETF를 만들었다.
투자자가 ASSK를 1만 원어치 사게 되면, 이 투자운용사는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식을 5:5로 매수한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6:4의 비중이 되니 삼성전자를 좀 팔아서 5:5를 맞춘다. 반대로 SK하이닉스가 떨어지면 다시 6:4가 되니 팔았던 돈으로 SK 하이닉스를 더 매수해서 5:5를 맞춘다. 이 과정을 영원히 반복한다.
과정에서 ASSK ETF의 총액이 증가할 수도 있고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운용사도 그 결과는 모른다. 오른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5의 비중을 계속 맞추는 ETF에 가입한 것뿐이다.
그리고 투자자가 ASSK ETF를 매도하면, 투자운용사가 해당하는 비중만큼의 돈을 돌려준다. 그리고 이때 수수료를 받는다.
다시 생각해 보자. 어차피 보장된 것은 없다. 그럼 내가 직접 ASSK의 전략으로 운용하면 수수료도 안 낼 수 있지 않나?
맞다! 게다가 대부분 ETF는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자세한 운용전략까지는 공개하지 않지만 대략적인 개요는 공개하기 때문에, 내가 해당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다면 직접 투자하는 것이 수수료도 아끼고 좋다!
하지만 실제 ETF의 경우 단순히 2개의 주식을 엮는 것이 아닌,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 또 파생상품까지 엮어서 출시한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전략은 내가 직접 ETF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것이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ETF를 통해 간접투자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중요한 것은, ETF는 내 돈을 불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아닌, 투자운용사가 돈놀이를 해 볼 테니 내 돈을 그들의 전략에 맡긴다는 개념이다.
잘못된 상품에 투자하면 손해가 나는 것은 주식이나 ETF 나 마찬가지이다.
롱, 숏, 콜, 풋 등등… 여러 가지 옵션들이 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파생상품은 내기이다.
어떤 주식의 가격, 주가지수의 수치 등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 것이다.
기준점을 정하고 그 이상이면 내가 먹고 그 이하면 상대가 먹는 것이다.
기본적인 주식거래와의 차이라면, 주식은 회사지분을 사는 것이기에 물건을 볼 안목이 필요하지만, 파생상품에는 그런 안목이 필요 없다.
이것은 그냥 내기이다.
이는 홀 짝과 같으며 장기적으로 승률은 반반에 수렴하고, 수익자와 손해자의 제로섬 게임이며 총파이는 줄어든다. 왜냐면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거래소가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롱과 숏이 1:1로 내기한다. 어떤 지점을 정해두고 상승하면 상승만큼 롱이 가져간다. 반대로 하락하면 숏이 가져간다. 그러나 상승과 하락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도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 주가가 100만 원이라고 하자. 이 주가를 가지고 롱과 숏이 내기를 하는데, 판돈은 50만 원이다.
애플 주가가 50% 상승해서, 롱은 25만 원을 숏에게 받는다.
숏은 손해를 만회하고 싶어진다. 롱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판돈 50만 원은 동일한데, 주가변동성을 2배로 적용하는 내기를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내기가 진행된다. 150만 원이던 주가가 50% 하락하여 75만 원이 되었다.
주가는 50% 하락했으나 내기는 변동성의 2배를 적용하기로 하였으니, 100% 하락이 적용된다. 롱은 숏에게 50만 원을 전부 건넨다.
이와 같이, 롱과 숏은 실제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주가를 대상으로 내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2배, 3배, 100배까지도 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레버리지 투기의 기초가 된다.
쉽게 말해 보험이다.
콜옵션은 미래에 주식이 상승하더라도, 지금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보험을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 보험에 가입하면 판매자는 보험료를 받는다. 만약 주식의 가격이 기준보다 하락한다면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만 날린다. 하지만 가격이 폭등한다면 판매자는 보험료를 물어주고도 더 큰 금액까지 배상해야 할 수 있다.
풋옵션은 반대다. 미래에 주식이 하락하더라도, 지금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보험을 만드는 것이다. 주식 가격이 상승하면 가입자는 보험료만 날린다. 하지만 주식이 폭락한다면 보험 판매자가 모든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내기들은 만기가 정해져 있다. 특정 일자에 지정된 숫자가 기준을 넘느냐 마느냐로 게임을 하는 것인데, 그것이 예측 가능하다면 당신은 예언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즉, 주가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므로 이는 도박에 해당한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주식과 옵션을 엮어서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프 놀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어떤 지수에 투자를 하고 싶은데, 손실은 두렵다. 그래서 보험을 하기 위한 풋옵션 매수(하락보험 가입)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률의 형태가 어떻게 될까?
회색의 합성 그래프를 보자. 파란색인 기준지수가 1% 상승해야 합성은 0%에 도달한다. 즉, 이 상품은 시작부터 -1% 손해가 확정된 상품이지만, 그 이상의 손실은 없는 상품이다. 또한 지수가 1% 이상 상승해 주기만 한다면 수익은 가져갈 수 있다.
하나 더 만들어 보자, 이번엔 어떤 주식에 대한 옵션을 발행하는데, 아무리 봐도 해당 회사가 건실해 보이지 않는다. 주가가 상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어 콜옵션 매도(상승보험 판매)를 한다. 그러나 혹시 모를 사태에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으니 이 주식 자체를 매수한다.
이 회색의 합성상품은, 주가가 상승한다 해도 수익률은 1%로 제한되지만, 주가가 -1% 전까지 하락해도 수익이 된다. 물론 그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계속 늘어난다.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프리미엄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커버드콜이다.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지수의 보험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이지만, 지수가 특정 값 이상 하락할 경우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은 없다.
모든 금융공학 상품들은 장단점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완벽한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옵션상품에는 만기가 있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가격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을 모두 가지고도 있다.
또한 장기투자 시, 이 옵션만기를 갱신하는 롤오버 비용 또한 발생하기에, 장기투자에는 부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