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못했던 과거의 색감
목청 큰 매미와 물 새는 에어컨
청춘이라는 종교가 헤집고 간 여름
축축하고 끈적한 중력 위에서 멀미하던
스물, 열 번의 여름
새끼손가락을 함부로 걸어 잠그며
어설프게 심어 온 다짐들
자신이 내린 신탁이 제 목을 죄어오던
스물, 열 번의 겨울
지난 밤의 날씨는 유리조각 비
과거의 인력이 만드는 풍파 안에서
위아래로 출렁일 뿐 나아가지 못하는 작은 배
벌어진 상처와 약속들 밤새 포말 되어 사라지고
마침내
버려진 뱃멀미, 벼려진 뱃머리
추억하는 건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노을빛 윤슬
세피아
그리운 이름 대신 불러보는 변조된 색감
한 번도 가진 적 없었으나 수 없이 잃어버린 것들에게
가슴을 쿡쿡 찌르듯 붙이는
스물의 마지막 빛 바랜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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