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국숫집

by StoA

가보지 못한 음식점에 들어가

시켜본 적 없는 메뉴를 시켜본다

익숙한 듯


이윽고 주문한 메뉴가 한 상 차려지고 나면

습관처럼 맛을 보고, 실망하고,

'그저 그렇네'라며

멋쩍게 웃고 만다 우리는


각자의 사라져 버린 단골집을 이야기하다

오래된 멜로디를 흥얼거리다

입김이 나지 않는 뜨거운 연말을 상상해본다

"이러다 겨울이 사라지겠어."


위로해본다

세기말의 국숫집에서는

지금과 똑같이 육수를 끓여내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피어난 단단하고 뭉근한 것이

우리 사이에 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겨울이라 부를 것이고


지구가 아무리 뜨거워져도

개중에 미지근한 시절을

우리는 겨울이라 부를 것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