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 배려인가
주공 아파트단지 정류장
500번 버스에 몸을 실은 남자는 오른다리를 절고 있었다
허리는 통제를 잃고 휘청거리는 온몸을 간신히 붙잡느라
우스꽝스럽게 좌우로 흔들렸다
나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눈에 띈 것은 남자의 복장
남자는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었고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단추는 제일 윗단추만 가볍게 풀었으며
바지와 벨트는 그 나이대의 차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고 세련됐다
앞코가 하얗게 닳은 스니커즈만이
남자를 수도 없이 괴롭혀 온 장애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나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자의 표정
남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남자는 무뎌진 그의 단화만큼이나
사람들의 시선에 충분히 닳고 닳아 있었다
잔 근육이 붙은 남자의 왼손만이
손잡이를 붙잡고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정도는 거뜬하다는 듯 짐짓 태연한 표정은
지켜보는 사람을 머뭇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남자의 와이셔츠 깃은 빳빳하게 서 있었다
나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삼십분 남짓 흘렀을까
남자와 나는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
남자는 젊었고 결코 지는 법을 몰랐다
무엇이 옳은 배려인가.
당신을 이해할 바른 길은 무엇인가.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