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백패의 노력

나는 언제쯤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

by StoA

'공간'이라는 단어는 사이 간(間) 자를 쓴다.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머무르는 사이

너무도 오래 너무도 멀리 떨어져 닿지 않는 사이

더할 나위 없이 친근해 한 몸 같은 사이


나와, 내가 아닌 무언가 사이에는

영(0)이 아닌 양수의 간격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공간을 간격으로 측량하는 일은,

그리고 그 사이를 관계라고 이름 붙이는 일은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하염없이 팽창하는 우주를 바라보면,

마치 측량 불가능의 영역으로 떠나간 듯한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나는 또다시 무력해진다.


뉴스라고 일컬어지는 수십수백 개의 새로운 것들을

아침부터 새벽까지 꾸역꾸역 내 몸 안에 밀어 넣으면서도

나는 그것들이 소화되지 못하고

내 몸 안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가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 감각의 사정권 밖에서

이유도 모르게 팽창하고 분열하고 또 어느샌가 소멸한다.


나와

아직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그것들

그 사이의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을 헤아려 본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 백전백패의 노력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도

'우리'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그런 날이 오리라는 믿음.


나는 이 소화 불량한 세태를 이해해 보기 위해

까마득한 간격을 잘근잘근 씹어 삼키며

오늘도 애를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