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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A Jan 11. 2016

유리병 편지

이것은 시가 아니다


물가에 편지 한 통을 조심스레 띄운다

받는 사람은 적히지 않았고

우표 또한 붙이지 않았다

행여 편지가 물에 젖을까

투명한 유리병에 정성껏 봉해 두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나란히 적혀야 편지일 텐데

내 손에 들린 유리병 편지는

길을 잃고 헤엄치기 위해 태어났구나


한 쪽 발이 없는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병들고 굶주린 나를 품었기 때문일 테다

닿을 수 없음에도 닿고자 하는 애처로운 표류가

나를 닮았기 때문일 거다


조심스레 띄운 유리병 편지가

위 아래로 출렁거린다

죽지도 못하고 휘청거린다


가라앉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건널 수 없는 저 너머로

가겠다고 가겠다고

당신께 가 닿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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