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버지를 닮고 싶었다
빛바래 발간 기와들 사이에는
유난히 크고 붉은
황토기와 한 장
비가 샌다는 아내 성화에
지붕 위에 올라
기왓장을 내려놓던 아버지
붉은 손바닥
조약돌만한 아들 딸
두 손 가득 움켜 데우던 아버지
뜨겁게 맥박 치다 화석처럼 굳어간
거친 손바닥
가슴 속 불 꺼진 가마에는
진득하니 구수한 황토 굽는 냄새
나를 덮은 아버지
온기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허물어진 옛날 집
온가족이 모여앉아 마루를 덥히던
그 널따란 기와집을 생각하면
내게서도 부쩍
비가 새는 일이 잦더라
- 아버지의 건축법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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