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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백수 Apr 19. 2019

9. 직급이 낮다고 무시하지 마라!

신입사원을 위한 나이 많은 부하 이야기

나도 군대를 장교로 복무하기는 했지만, 우스갯소리로 도는 이야기가 있다. 갓 임관해서 부대로 전입 온 소위가 주임원사를 보고 '어, 자네가 주임원사인가?'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행정보급관에게 '자네는 왜 나한테 경례를 안 하나?'라고 했다는 이야기들이다.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군대처럼 계급이 있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는 직급이란 게 있다. 보통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의 직급을 사용하는데, 업종에 따라 주임, 상무보 같은 직급도 있다. 그런데 직급이라는 게 꼭 나이순으로 갖고 있는 타이틀이 아니다 보니 회사에서도 간혹 난감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직급에 대한 이야기다.


직급이 낮아도 나이는 많은 동료와의 관계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내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일할 때, 영상 기획 담당자 업무를 수행했다. 공식적인 직함이 있거나 직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일 중 하나는 인력개발원 내에 있는 미디어파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되,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 직급은 대리였고, 미디어파트에는 책임 1분, 선임 1분, 주임 1 분해서 총 3분이 계셨다. 3분 모두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다. 이 세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서 PD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2년 후에 내가 과장이 되긴 했지만, 나이는 어떻게 바꿀 수 없기에 부자연스러운 상하관계는 계속되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군대에서도 소대장으로 부임을 하게 되면 소대 안에 병장들은 나이가 비슷하고, 간혹 군대를 늦게 온 친구들은 소대장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부소대장, 담당관 등 부사관들은 나보다 대부분 군생활 경력이 길고, 나이가 많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계급이 우선하기 때문에 계급이 낮은 사람을 심하게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다.


회사에서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글을 읽고 있는 신입사원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나는 그 답을 자, 신, 감이라 생각한다. 감-신-자 순으로 살펴보자.


자. 신. 감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감(感)

아무리 직급이 낮아도 해당 직무에서 오래 근무를 했다면 업무에 대한 노하우나 기술이 높은 사람들이다. 내가 이 사람들을 리스펙트 하는 이유는 바로 감이다. 오랜 업무를 통해 쌓은 감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판을 깔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협업을 통한 결과물에도 그 노하우들이 베어 들게 되어 있다.


신(信)

그 사람들을 믿어라. 업무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조금은 FM(Field Manual)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오랜 기간의 숙달된 업무를 하다 보면 나름의 방식대로 일을 하는 노하우가 생긴다. 결과물에 크게 해가 되거나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한 그 사람들의 업무 방식을 믿어주는 것이 좋다.


자(自)

꽉 잡힌 규율이나 규정으로 옭아매려 하지 말고, 그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 무조건적인 강요나 지시는 업무를 수동적으로 하게 만든다.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마디로


감(感)을 믿고(信) 자율적(自)으로 일 할 수 있게 하라


직급은 낮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과 함께 일하는 나만의 개똥철학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신입사원이라면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선장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리 자유롭게 다양한 생각들을 펼칠 수 있도록 하더라도 큰 방향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업무에 대한 가이드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간혹 그것이 가이드를 넘어가려 한다면 단호하게 업무 방향성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해야 할 역할이다.


직급은 내 능력이 뛰어나서 주어지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종학력 때문에 주어진 경우도 많다. 고졸이기 때문에, 전문대졸이기 때문에 낮은 직급에서 시작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력이 업무능력을 좌우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PS. 여성을 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생활을 10여 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나이 많고 직급이 낮은 사람들과 일할 때 트러블을 많이 내는 케이스에는 여성분들이 좀 많은 편이다. 물론 군대를 안 갔다 왔기 때문에 남성들에 비해 입사가 2~3년은 빨라서 선배임에는 틀림없으나 협력사에 계신 분들이나 직급이 낮은 분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에게도 그렇게 대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대하던 사람이 내가 그룹 파견을 갔다 오고, 기획팀에서 일을 하게 되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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