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저렇게 써 놓고 보니,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글쎄... 군생활을 장교로 마치기도 했지만, 전역 후에 정작 회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에는 상사나 선배들의 기에 눌려 소극적으로 살았던 기억이 난다. 한 2~3년 동안은. 물론 그 후에 내 업무에 익숙해지고, 자리를 잡을 즈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신입사원들의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사람은 조직의 장(長)인 팀장과 흔히들 사수라 불리는 바로 윗 선배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 사람들과의 처음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회사생활이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을 통해 다른 부서에도 나의 평판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신입사원이라면 더욱 빨리 퍼지게 마련이다. 회사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늘의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상사(선배)와의 좋은 관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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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 출근은 칼같이! 가능하면 조금 일찍?
지난번에도 출퇴근 관련해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것이 신입사원으로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한두 번이라도 지각을 하게 되면 신입사원은 금방 눈 밖에 나기 때문에 출근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지난 조언처럼 조금 일찍 출근해서 부서의 업무를 파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2단계 - 팀원들의 일정을 꿰뚫어라
그렇다고 팀원들의 사생활을 간섭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팀장이 누구 어디 갔어? 했을 때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 파악은 해 두라는 것이다. 가끔 팀장들은 휴가 간 사람을 찾기도 하고, 외근 나간 사람을 찾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 빠르게 대답하면 신뢰가 쌓일 수 있다.
3단계 - 부서 비품은 내 자리에
후배가 선배들에게 쉽게 이쁨 받는 방법 중 하나는 이거다. 필요한 비품들을 찾아서 줄 때.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온갖 비품들을 내 서랍이나 자리에 조금씩 비치해 둔다. 그러면 팀장이든 팀원이든 누군가 어떤 물건을 찾든 항상 나를 먼저 찾게 된다. 이는 그만큼 팀 내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포지셔닝하는데 도움이 된다.
4단계 - 회사 일정에 관심을 가져라
회사에서는 전사(全社) 행사들이 이어지고는 한다. 그리고 사업부별, 본부별, 팀별 행사들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이런 일정들을 잘 꿰고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의 업무 일정을 잡거나 외부 미팅을 잡을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일정이 꼬여서 아랫사람만 들들 볶아대는 상사도 있으니 회사 일정 정도는 관심을 가지면 좋다.
내가 처음 입사했던 부서는 2년 동안 신입사원이 없었던 부서였다. 2년 전에는 3명이 동시에 입사를 했었고, 그 위에도 2년 정도의 텀이 있는 곳이었다. 신입사원은 그 부서에 나 혼자였다. 그러다 보니 뭘 해도 서툴 수밖에 없는 신입사원인데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입사한 것 외에 더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또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공채 입사다. 여기서 오늘의 두 번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공채는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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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성그룹 공채 48기, 제일기획 공채 32기로 입사했다. 내가 입사해서 가게 된 곳은 SBC라는 곳. Samsung Broadcasting Center. 삼성 그룹과 관계사의 사내방송을 만드는 곳이다. 그곳에는 나를 포함해 3명의 신입사원이 입사했고, 그룹 공채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2년 만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입사를 하고 보니 80여 명이 모인 본부에 신입사원도 오랜만인데, 공채 출신이라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하다. (물론 지금은 기수를 폐지해서 기수의 의미가 없지만, 공채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관심이 긍정적인 관심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첫 번째 사고(?)
모 선배의 집들이에서였다. 신입사원이라 같은 팀이 아니어도 본부 내 누군가 행사가 있으면 참석하도록 본부장 지시가 있었다. 그래서 가게 된 모 팀의 집들이. 거기서 한 여자 선배가 같은 팀의 여자 신입사원에게 술을 권했다. 여자가 여자에게 술을 권하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술을 거절하니 심하지는 않아도 욕설을 했고, 그 동기는 화장실에서 울고 나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선배는 전문대를 나왔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그 자리까지 올라갔던 사람이었다. 본인의 능력도 있지만 말이나 행동에서 열등감이 느껴지고는 한 사람이었다. 그 일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내 여자 동기는 다른 팀으로 옮겼다.
나에게 닥친 시련
같은 팀의 선배가 어느 날 OJT라는 명목 하에 장비들의 케이블을 뺴 놓고 알아서 연결하도록 시킨 적이 있다. 군대에서 A/V장비들을 만져보기는 했지만, 방송국의 장비들은 또 다른 장비들이기도 했고, 그 바닥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명칭도 달라 어리바리하기만 했다. 그러던 선배는 '어떻게 이런 것도 모르냐', '공채로 들어왔는데 이런 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업무를 배웠다. 이게 맞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되었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거다. 오해는 마시라. 나중에 그 선배와는 친하게 지냈으니...
계속되는 고민
그리고 어떤 날은 SBC의 PD 한 분이 와서 이것저것 업무를 부탁했다. 신입사원이라 어리바리하고 있고, 장비도 잘 사용할 줄 모르는데, 불쑥 그런 말을 했다. '공채니까 다 할 줄 알겠네'. 공채면 신입사원이어도 다 알고 있어야 하고, 업무도 능숙하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공채로 입사한 것은 나의 죄도 아닌데, 신입사원이 기존의 직원들만큼 업무를 하는 건 가능한 일일까. 한동안은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본인은 그런 말을 한 것도 기억을 못 했다. (바로 이것이 폭언, 폭설의 좋은 예일 것이다. 정작 본인은 기억 못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계속 남아 상처가 되는... 그것이 폭언, 폭설이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조직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력사원이 많은 곳인지, 공채로 입사한 사람들이 많은 곳인지에 따라 잡담을 할 때에도 주제를 잘 가려야 한다. 경력이나 특채가 많은 곳에서 신입사원 입문교육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눈치껏 괜한 열등감이나 피해의식, 위화감을 조성하는 말들은 삼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