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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백수 May 25. 2019

14. 휴직은 나의 권리다

좌충우돌 육아휴직 사용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4월 1일 자로 육아휴직을 했으니, 어느덧 2개월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사실 회사를 안 나가기 시작한 것은 2월 22일이니,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3개월여를 쉬고 나니 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까지 겪었던 일들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권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만드는 회사 이야기도 같이 해 보자.


2018년 5월, 드디어 회사를 다닌 지 10년이 되었다. (사실 1월이 만 10년이었지만, 회사의 규정상 5월에 있는 창립기념일에 맞춰 근속 10년이 됐다.) 회사를 10년 다니고 받은 금메달 10돈짜리와 2주간의 휴가, 그리고 휴가비 50만 원. 10년도 되었으니 길게 휴가를 가야겠다 생각했다. 2주를 다 쓰고, 원래 내 휴가 2주를 붙여 제주에서 1달 살기를 하는 것이 큰 그림이었으나, 당연히? 실패. 2주만 휴가를 가기로 했다. (더 짜증 나는 건 4월 16일 자로 부서를 옮기게 되면서 6월에 휴가 가는 것이 눈치가 보이는 상황 정도?)


그런데 고작 2주 휴가를 가는 것도 부서장은 '간부가 2주를 휴가 쓰네.', '남은 사람한테 밥 사줘야겠네.' 등 쿠사리를 주기 일쑤. 그래도 꿋꿋이 2주 휴가를 상신하고, 제주에서 2주를 보냈다. 와이프와 딸아이는 나머지 2주를 더 제주에 머물렀고. 그렇게 6월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이후 어느 날 와이프와의 대화에서 제주행에 대한 계획이 시작되었고, 작년 연말에는 제주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가족과의 시간을 별로 보내지도 못했지만, 아이가 더 크기 전에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회사는 1월 말에 나올 PS를 받고,(당시에는 얼마가 나올지도 몰랐지만, PS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1일 자 퇴사를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1월 중순에 부서장에게 퇴직 의사를 전달했다. (1개월 하고도 보름 전에 의사표시를 했는데, 내가 있던 부서의 특성상 팀장 1, 팀원 3으로 구성된 곳이라 조금 일찍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즈음해서 제주대학교 대학원 면접도 보고, 합격도 했다. (사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학교 가는 거라 크게 부담이 없기도 했다.)


그런데!!!

변수가 등장했다


신에게는 아직 (아... 죄송...)

나에게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육아휴직이 있었다. 2019년부터는 육아휴직 급여도 조금 올라서 조금이나마 가계에 도움이 되고, 근속연수도 인정이 되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하고, 그 이후에 퇴사를 하겠노라 결정을 번복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생겼는데, 그래서 인사팀 담당자에게 그렇게 육아휴직을 먼저 쓰겠다고 하니, 담당자 왈 '육아휴직은 회사가 직원의 편의를 위해서 운영하는 제도라서 퇴사를 전제로 사용할 수 없고, 복직을 전제로 해야 한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결론은 육아휴직은 불가하다는?


어???? 내가 아는 거랑 다른데???


마침 내 친구 중에 노무사가 있음을 떠올리고, 친구에게 문의를 했다. 노무사 친구 왈 '그게 무슨. 중소기업은 퇴사를 전제로 육아휴직 쓰라고 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라니. 퇴사와 육아휴직은 별개의 문제지.'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이것 봐라????


그때부터는 그 담당자와는 이야기를 안 했다. 그리고 대화는 인사팀장이었던 인사담당 임원과 하는 걸로. 그래서 아주 친절하게 고용노동부에도 문의를 해서 답변도 받고, 블라인드에도 아주 차분하게 글도 써 주고. (인사담당 임원은 뭘 또 그렇게 글 썼냐 했지만, 그 분과는 원래 알던 사이라 아주 정제해서 쓴 거라고 말씀드렸고, 실제로도 내 나름대로는 아주 차분하게 썼다.)  인사팀에는 다시 육아휴직하겠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별 말이 없이 진행되었다. (사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려고 했으나, 만약에 내가 복직을 하게 되면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 정도로만 대신했다.)


참고로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내가 회사에 엄청나게 큰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 육아휴직급여는 국가에서 지급하는 것이고, 다만 회사 입장에서는 TO가 잡혀있는 인원이 있고, 근속연수 가산으로 인한 1~2개월치 급여분만큼의 퇴직금이 늘어나는 게 단점일 것이다. 


어쨌든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하나 더. 삼성은 3월 1일 자로 휴가가 리셋되기 때문에 2월 말까지 남아있는 휴가를 다 쓰고, 3월 1일 에리 셋 되는 휴가도 다 쓰고 휴직을 하겠다고 했다. 인사팀에서는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지만, 너무 챙길 거 챙기는 거 아니냐라고 했지만, 연차보상비로 받는 것보다 월급으로 받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굳이 연차보상비를 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육아휴직은 시작되었다. 가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런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아니. 내가 아는 한 회사는 회사가 유리 한대로 이야기하는 것이지. 절대 직원 편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직원 편의는 삼성이 초창기에 비노조(무노조가 아님) 정책을 위해 어느 다른 회사보다 직원 급여나 복지를 잘해주라 했던 시기의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가끔 하는 이야기지만, 인력개발원에서 3년 반을 일하면서 그걸 더 크게 느끼기도 했고, 이번에 인사팀 담당자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직원 편의? 회사는 한 번도 직원 편의는커녕 직원 편이었던 적도 없다!


신입사원이여, 본인이 안 챙겨 먹으면 손해 보는 것이 회사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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