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의적 백수 Dec 06. 2019

32. 세상에 영원한 '갑'이란 없다!

갑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근 몇 년 사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갑질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아주 오래전부터였으리라 생각된다. 갑과 을. 모든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이름. 이 중 을이라는 이유만으로 참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으리라.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 지 15년 정도가 되니, 이 이름들 또한 참으로 서글프게 느껴졌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는 누군가에게는 갑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을이었다. 굳이 계산해 보지 않아도 갑보다는 을로 산 기간이 훨씬 더 길었을 거라는 건  확실한다. 때로는 갑질을 하고, 때로는 을질을 하면서 배운 몇 가지를 써 본다.


세상에 영원한 '갑'은 없다

회사에 입사를 해서 신입사원이 되면, 으레 조직에서는 막내가 되면서 철저한 을이 된다. (물론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직군이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나보다 윗사람들(상사)은 갑으로 보이고, 임원이 된 사람들은 아주 무시무시한 갑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도 여전히 누군가의 을이라고 생각해보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그것을 처절하게 느꼈던 것은 그룹 조직에 있을 때였다. 흔히들 말하는 삼성 그룹의 헤드. 뉴스에도 자주 등장했던 앞날계획부서 사람들. 그곳의 차장이 관계사 임원에게 전화로 나무라는 걸 보면서 어쩌면 내가 신입사원 때 아주 높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임원도 참 고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차장 또한 그 조직에서는 거의 막내급이라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그 조직에 과장급이 없었다. 물론 비서나 업무 지원하는 분들 제외하고는...) 상사들에게는 철저히 을이었다.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을이고, 우리나라 대통령도 누군가에게는 을이 아니겠는가. 하다못해 영부인께라도.


때론 '갑'과 '을'이 바뀌기도 한다

광고회사에 근무를 하다 보니 항상 갑이라는 용어를 많이 듣게 된다. 물론 '주님'이라는 용어도.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계에서는 '광고주'를 (광고)'주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가끔 광고회사에서 광고주 사이드로 이직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로 '을'에서 '갑'의 자리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기기 시작한다. 옛말이 틀린 게 없다고 하는 것이 '아는 놈이 더 하다'라고 하는데, 정말이다. 광고회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광고회사를 관리하는 입장으로 바뀌니 그럴 수밖에. 업무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단가를 산정하고, 일정을 정하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으니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행복한가?라고 묻는다면 아닌 경우도 많다. 막상 갑이 되어보니, 또 누군가의 을이 되어있고, 갑이 되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그 또한 조직 내에서 정해진대로 움직이니 광고회사 직원인 을로 살 때보다 자율성이 더 낮은 경우도 많다는 이야길 들었다. 어쨌든 '갑'과 '을'이라는 관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갑질이 싫어 을이 되다

협력업체에 매번 비용을 깎고, 일정을 쪼고, 끝도 없는 수정을 시키는 일. 그 일이 싫어 자진해서 다시 을이 된 사람. 바로 나다. 그룹에 있을 때, 하는 일은 영상 기획. 협력업체와 일을 하는데, 견적이 들어오면 항상 절반부터 시작하고, 기획안도 늦게 주는데, 영상 제작 일정은 촉박하게 주고, 영상 트는 날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일이었다. (물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에서는 폭언과 폭설을 들으며 일했으니, 오죽 협력업체에 닦달을 했을까. 정말 미안하고, 죄송한 일이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약속된 기간을 채우자마자 나는 다시 을이 되기로 했다. 방송 엔지니어 시절에는 PD들에게 을이었고, 제작 PD 시절에는 홍보팀과 촬영, CG실의 을이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 아니 어쩌면 더 처절하게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광고판으로 갔다. 오히려 을이 되고 보니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편했다. 갑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기분. 그렇게 2년여를 보내고,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지금은 더 자유롭게 모든 사람에게 을이 될 수밖에 없는 반백수 상태로 지내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어차피 세상 모든 '갑'도 누군가의 '을'일 테니까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이전 02화 31. 필기 전형 무사통과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