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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백수 Jan 06. 2020

34. 보고서의 '내용' vs. '형식'

무엇이 중헌디?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보고서를 써 볼 기회는 많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11년의 회사생활 동안 아마도 삼성인력개발원에 있었던 3년 반이 보고서를 많이 써 본 기간이었을 것이고, 그 이후에 광고기획팀, 국내 사업부문 기획팀에 있을 때 보고서를 조금 써 보기는 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시작해서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6년 정도는 보고서보다는 방송 원고를 쓰고, CG 요청서를 쓰기 바빴던 때였다 보니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보고서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은 그때 배운 것들을 한 번 이야기해 보려 한다.


보고서, 무엇이 중헌디?


보고서에 정해진 양식이 있다니!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느낀 첫인상은 역시나 그룹 조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는지, 처음 전입 갔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참 생소했다. 제일기획과는 다른 분위기. 


그리고 처음에 받은 문서는 더 생소했다. 바로 보고서 양식이었다. 지금은 삼성에서 사용하지 않는 정음 글로벌이라는 워드 프로세서로 작성하는 보고서 양식이었는데, 예를 들면 글자크기가 제목은 24, 본문은 16.4, 부연설명을 위한 첨자는 10 등 이런 식이었다. 거기에 □, -,  · 순으로 단계별로 표기를 하고, 줄 간격은 처음에 12, 이후에 6, 3 등. 그리고 첨자는 글자를 두껍게, 장평은 90%, 색깔은 파란색으로 등등. 처음에는 뭘 이런 걸 다 정해놨나 싶었는데, 쓰다 보니 이런 양식이 있다는 게 참 편했다. 그리고 이후에 복귀를 해서도 그룹에 제출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삼성의 공식 워드 프로세서가 MS워드로 바뀌었지만, 보고서 양식은 거의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그런데 회사생활에서 문제가 생긴 건 이 양식에 집착해서였다. 내가 보고서라는 걸 많이 써 보지도 않았었는데,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다 보니 늘 지적당한 것은 당연했다. 내용을 충실히 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이쁘게 보일까에 치중했던 것이다. 양식, 형식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이 최우선은 아니었던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라니!

늘 욕을 먹으며 보고서를 쓰면서 느낀 것은 이거다. 보고서의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는 점. 무슨 말인고 하니 보고서는 내 생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생각으로 쓰는 것인가? 당연히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는 사람의 생각이다. 아예 보고서 작성을 지시받을 때 지시하는 사람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의중을 파악했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떤 결론을 향해서 써야 하는지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래서 보고서라는 건 결론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들을 작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걸 잘 몰랐기 때문에 초반에는 '누가 네 생각을 넣으래'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이 보고서는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형식은 중요해!

내용을 알차게 쓴 다음에는 형식도 중요하다. 보는 사람이 얼마나 읽기 편한가를 생각해 순서를 조정하고, 글자의 크기를 조정하고, 강조하고 싶은 내용에 강조 표시를 하는 건 필요하다. 그리고 작성한 다음에는 반드시 페이지 전체를 두고, 디자인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는지 보는 것도 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내가 작성한 보고서가 윗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보고서는 상사의 의중을 '보고서' 써라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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