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에도 종류가 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꼰대들을 만나게 된다. 10여 년의 회사생활 동안에 아직도 만나지 못한 꼰대들도 존재하겠지만, 지금껏 만나 본 꼰대들의 모습을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그 꼰대들의 유형에 맞춰 회사생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저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니 이랬다.
1. 전형적인 꼰대
이 유형은 가장 흔한 꼰대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나이 많고, 연차가 높은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만년 부장들이 이런 유형에 해당할 것이다. 좀 작은 회사에서는 팀장급이고, 삼성전자같이 임원이 팀장인 조직에서는 팀 내의 파트리더급은 될 것이다. 보통은 임원 진급 가능성이 낮은 분들이 이런 유형에 많이 속한다. 대부분은 본인이 주변에 아랫사람들에게 꼰대 취급을 받는구나라고 아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답답함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사상이나 행동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지만, 더 답답한 건 본인이 살아남기 위한 불합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야근을 제한하면 '알아서 야근은 안 올리고 있지?'라고 대놓고 물어본다거나 조직 내 기업문화 설문조사를 하라면서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 대부분의 꼰대들의 그렇듯 그냥 저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인정하고 지내면 가장 마음이 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은 아랫사람이 강하게 들이받으면 아무 말 못 하는 유형이다. 무작정 들이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 세게 들이받으면 된다. 의외로 이런 유형은 찍소리도 못하고, 반대로 들이받은 아랫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물론 들이받을 때에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꼰대들은 본인의 자존심이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뭔가 흠집 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2.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르는 꼰대
이 유형은 좀 특이한 게 본인은 전혀 꼰대스럽지 않다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닌다. 그래서 이런 유형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착각을 한다.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끝마다 난 꼰대가 아님을 어필한다. 이런 유형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보면 '네 이야기는 다 이해한다(나는 꼰대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나한테 조금이라도 피해가 안 오도록).'이라는 식이다. 대놓고 나에게 피해 오지 않도록 해라라고 이야기하는 1번 유형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이다.
- 이런 분들과 지내는 방법은 그저 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가장 좋다. 오히려 그런 꼰대 같은 소리를 하냐고 따지다 보면 서로 갈등만 깊어진다. 그러려니 하되, 불합리한 것들은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이 좋다. 이런 양반들에게는 들이받아봐야 '꼰대도 아닌 나를 들이받다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3. 새롭게 태어난 젊은 꼰대
영(young) 한 것이 좋다고는 하나, 꼰대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유형은 최근에 보면 많이 생긴 듯하다. 취업문이 좁아지고, 먹고살기 힘들어 회사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서 이런 유형이 많이 생겼나 싶기도 하다. 보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인데, 하는 짓이 영락없는 꼰대들인 경우가 있다. 물론 본인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는 있으나, 나의 무난한 회사생활을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 이런 사람들과 지내는 방법은 그냥 쌩까는 게 가장 좋다. 이 말인즉슨, 들이받아도 무방한 유형들이다. 직급이 낮고, 의사결정 권한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들이받아서 관계를 끊는 것도 방법이다. 적당힌 불만을 표현하다 보면 알량한 직급과 권한을 이용해 선배랍시고 업무적으로 괴롭히거나 깔짝깔짝 귀찮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유형도 대놓고 이야기하면 찍소리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긴 요즘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있고 하니, 증거를 모아 차분히 신고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신고는 회사 내에 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
이밖에도 다양한 유형의 꼰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나 자신도 누군가는 꼰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 12년 차 직장인일 따름이다.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꼰대의 생각을 너무 강요하지는 마시길.
선 넘은 조언은 회사생활 종언의 지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