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없는 3가지
제주도는 예로부터 3多島라 불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바람, 돌, 여자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다. 해안지방의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고, 화산섬이라 돌(현무암)이 많은 곳. 그리고 여자가 많다는 건 씁쓸하게도 예부터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 배 타고 나간 남자들이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지내면서 문득 느낀 건 제주도에 없는 것들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이라든지, 유명 브랜드의 의류매장, 유통매장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육지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매장들은 서울, 경기에만 집중되어 있지, 다른 지방 중소도시에도 다 있는 것은 아니다.
각설하고 제주도 살이 2개월 차에 느낀 제주도에 없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3가지 정도를 생각해 봤다. 그래서 오늘 제목도 보는 바와 같이 3無島다.
제주도에는 없는 것
제주에는 기차(지하철)가 없다?
제주도에서 딱히 불편한 것을 느낀 건 없는데, 한 가지를 꼽자면 대중교통이다. 뚜벅이 생활을 1달 정도 하고 보니 버스시간에 생활리듬이 맞춰지는 장점(?)이 있다. 워낙에 띄엄띄엄 오는 버스들도 있는 터라 시간을 잘 지키게 되는 좋은 습관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눈에 띄는 건 철도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지하철이 없는 도시야 육지에도 많지만, 기차가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주도에는 철도 자체가 없어서 기차, 기차역이라는 아날로그적인 로망도 없다. 동해안처럼 해안선을 따라 운행하는 기차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대규모 공사를 할리는 없을 것 같고, 훗날 해안선을 따라 자기 부상 열차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아... 맞다. 제주도에서 기차를 타보려면 에코랜드에 가면 있긴 하다...^^)
제주에는 고속도로가 없다?
내 차를 제주도로 가져오면서 가장 쓸데없는 기능이 바로 하이패스다. 육지에 있을 때야 서울로 자주 왔다 갔다 했으니 고속도로 탈 일이 많았다. 그런데 제주에는 고속도로 자체가 없다. 그리고 참고로 그 흔한 국도도 제주도에는 없다. (국도는 국토부에서 관리하는 도로이고, 지방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관리하는 도로라고 생각하면 쉽다.) 제주도에 국도가 없는 이유는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 지정되면서 국도는 모두 지방도로 바뀌었다. 그래서 제주도에는 지방도만 있는 것이다.
제주에는 미세먼지가 없다?
이 이야기는 맞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도 않다. 미세먼지가 아주 안 좋은 날에도 조금 나쁜 수준을 가리키던 제주도의 미세먼지가 3월 초에는 경보 문자까지 발송될 정도로 나빠졌던 날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육지에서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아니 거의 없다. 제주도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깨끗한 수준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수치를 보여준다.
그저 제주도에 살다 보니 여기는 이런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 봤다. 글쎄... 더 지내다 보면 또 무언가 없는 게 있지 않을까. 그래도 좋다. 무언가 없다는 건 반드시 불편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하철이 없고, 고속도로가 없어 느리지만 길가의 꽃을 더 자세히 볼 수도 있고, 푸른 바다의 파도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으니... 그리고 뿌연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