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던 전화벨이 끊기고 나면
마음이 요동치던 때가 있었다.
설레고, 두근대고, 불안한 가슴으로
수화기 저 편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엉뚱한 상상의 결과는
헤어진 연인들의 재회에 기여했다.
“혹시 전화했었니?”
한 마디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단절된 관계를 다시 이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울리던 진동음이 그치고 나면
발신자 정보가 마침표를 찍는다.
누굴까 궁금해할 여유도 주지 않고
수화기 저 편의 얼굴은 이름을 남긴다.
꼼꼼한 기록의 결과는
위험한 연인들의 결별에 기여했다.
“이 사람 누구야?”
한 마디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벼랑 끝 관계를 결국 끊었다.
너와 나 사이에는
유선전화를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