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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Sep 15. 2015

유선전화

울리던 전화벨이 끊기고 나면

마음이 요동치던 때가 있었다.

설레고, 두근대고, 불안한 가슴으로

수화기 저 편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엉뚱한 상상의 결과는

헤어진 연인들의 재회에 기여했다.

“혹시 전화했었니?”

한 마디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단절된 관계를 다시 이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울리던 진동음이 그치고 나면

발신자 정보가 마침표를 찍는다.

누굴까 궁금해할 여유도 주지 않고

수화기 저 편의 얼굴은 이름을 남긴다.


꼼꼼한 기록의 결과는

위험한 연인들의 결별에 기여했다.

“이 사람 누구야?”

한 마디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벼랑 끝 관계를 결국 끊었다.


너와 나 사이에는

유선전화를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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