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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Sep 29. 2015

사도(思悼)

세상의 모든 아버지께

아버지,

언제나 자식이 잘 되길 바라며

자식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오늘도 세상과 외롭게 싸우시는 아버지.

아버지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깨알 같은 글씨로 밤새 새겨 주셨습니다.

그 글씨들 머리에 모두 담지는 못해도

획마다 흐르는 아버지 사랑은 마음에 넘쳤습니다.

그래서 강아지 그리는 작은 재주라도

아버지께 자랑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일을 도우며 짐도 덜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올바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여

아버지 마음이 흡족해지시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선 제가 잘못되었다고 하십니다.

세상일의 이쪽과 저쪽을 살피지 못하고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고 하십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지탱하고 계신 그 세상은

아버지의 필요에 따라 고치고 기워져

아버지 몸에만 잘 맞게 된 용포와 같은 것입니다.

아버지 용포에 제 몸을 맞추려 하시니

세상이 온통 감옥 같아집니다.

언제나 과녁을 맞혀야 하는 화살처럼

아버지께서 당기시는 팽팽한 활시위에 매달려

긴장하는 삶이 숨 막힙니다.

허공으로 날아간 화살처럼 떳떳하게

저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건가요?

아버지께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을 보고 싶다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 저를 눈앞에서 치우시고

제게서 세상의 빛을 지우시니

슬픔에 목이 메고,

안타까움에 온몸이 떨립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바랐던 것은 무엇인지 분명히 압니다.

아버지의 진심과 사랑,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왕의 자리를 내어 준대도 바꿀 수 없는,

그것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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