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우 Oct 06. 2015

인턴(The Intern)

치유를 위한 콜라보레이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청년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및 자동화로 인해 기존의 직업 중에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도 생기고 있다. 낸시 마이어스의 신작 <인턴>은 이러한 현실을 재료로 해서 숨 가쁜 일상 속의 우리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백전노장 인턴, 벤 휘태커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은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큰 회사의 부사장까지 역임하였다. 은퇴한 후에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지낸다. 늘 바쁜 삶을 살아왔던 그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한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 의류 판매 회사에 인턴으로 지원하게 된다.

인터넷이 생기기 이전에 만물박사는 ‘전화번호부’였다. 궁금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그 두꺼운 책을 뒤져 연락할 곳의 정보를 얻었다. 벤은 새로운 회사에서 전화번호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아 간다. 그는 검색으로는 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어린 동료들에게 전파했다. 그 해박함과 푸근함 덕에 사람들 사이에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었다.


독고다이 슈퍼맘, 줄스 오스틴

줄스(앤 해서웨이 분)는 혼자의 힘으로 창업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CEO이다. 메인 페이지의 폰트 크기까지 꼼꼼하게 챙길 정도로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래서 늘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혼자 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녀에겐 사업이 성장할수록 삶의 구멍도 커져 가는 것이 문제였다. 엄마는 늘 잔소리를 쏟아 붓고, 남편과 아이에겐 미안한 일들이 한보따리다. 그 모든 일이 자신의 한계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는 생각에 위축될 때, 이사회는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그녀. 오늘날 직장맘들이라면 그녀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지 않을까?


Oldies but Goodies

줄스는 사무실의 테이블 위에 쌓여 있는 잡동사니들이 늘 못마땅하다. 마치 해야 할 일들이 리스트에 쌓이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그 사소한 일을 해결하는 데까지 짬이 나지 않는다. 누가 대신 치워줬으면 좋겠는데, 물건들은 더 높이 쌓여 갈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테이블 위는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벤이 일찍 출근해서 물건들을 모두 치운 것이다. 노신사의 배려심이 줄스의 마음속 짐을 덜어 주었다. 손수건은 상대방에게 내어 주는 것이라는 벤의 매너.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탁 트인 사무실에서 자기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기대고 싶은 푸근함을 주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줄스는 어느 날 흥분한 상태에서 엄마의 흉을 본 메일을 당사자인 엄마에게 보내고 만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팀까지 소집하여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데, 결국 해결은 벤이 해낸다. 아날로그 식으로 단순 무식하게. 벤은 때로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 주었다.


조화와 치유

언제나 혼자였던 줄스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말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벤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벤에 대한 줄스의 믿음이 커지면서 둘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벤은 줄스가 자신의 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다.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예전의 보스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그녀에게서 느끼지 않았을까? 벤은 그처럼 열정적인 줄스의 태도를 칭찬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것이 아니라 자기 일에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있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도 줄스의 잘못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CEO 자리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젊은 CEO와 연륜 있는 인턴의 콜라보레이션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전하고 있다. 노년층과 슈퍼맘의 고민은 무엇인지, 한물간 존재로 치부되던 세대가 가지고 있는 미덕과 매력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질적인 존재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따뜻한 웃음 속에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니 콜린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