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와 봤던 곳의 이정표를 지나치는 일처럼
점점 낯익은 얼굴을 하는 연말의 시간은
객수에 젖어 윤슬처럼 반짝인다.
두고 온 날들을 생각하니 등이 시리다.
두눈을 부릅뜨고 앞만 보며 살다 보니
등 뒤의 세상이 허전하고 수상하다.
그래서 의심하며 불안 속에서 살았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움츠러든 어깨들이
마음놓고 기지개를 펼 수 있는 성탄절.
한 해의 여정이
하룻밤 편안히 묵어갈 수 있는
구원의 불빛이다.
객수에 절은 우리들은
얼어붙은 등줄기에 온기를 새기며
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꿀 수 있다.
성탄절의 붉은 사랑이
새해로 들어서는 길목에
카펫처럼 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