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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an 26. 2016

하늘을 걷는 남자

꿈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아들의 꿈은 ‘공룡’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공룡에 푹 빠져 있던 아들은 커서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이 될 거라고 했다. 지금은 그때 얘기를 하며 함께 웃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아들은 꽤 진지했다. 실현 여부를 떠나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꿈꾸는 모습 자체가 보기 좋았고, 부러웠다. 아이들의 꿈은 꿈다워서 좋다.

공룡이 되고 싶은 아들

하지만 최근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초등학생들의 꿈은 아주 현실적이었다. 장래희망에 ‘7급 공무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임대업’을 적은 학생들까지 있었다. 어른들의 먹고사는 걱정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인 듯해서 씁쓸했다. 각박한 현실 탓에 하고 싶은 일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목표로 삼는 것이 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영화가 있다. 바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하늘을 걷는 남자’이다. 이 영화는 꿈에 대한 강렬한 열정과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꿈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는 주인공인 필립(조셉 고든 레빗 분)의 내레이션을 따라 꿈의 대장정을 소개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하늘을 걷는 도전을 꿈꿔 온 무명 아티스트 필립은 어느 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관한 기사를 본다. 그 순간 바로 필립은 두 빌딩 사이를 줄로 연결해서 걷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다. 끔찍한 치통(齒痛)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그 꿈은 필립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었다. 꿈이란 그런 거다. 생각만 해도 흥분되고 안 하고는 못 배기는 것. 그런 꿈이 우리를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한다.


필립의 무모한 도전. 이 정도는 뭐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찾아볼 수 있어서 그리 놀랍지 않았다. 내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필립의 꿈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필립의 아버지를 제외하고 주변 사람들은 “미친 짓 같지만 해 봐.”라며 응원하였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필립의 꿈을 지원했다. 꿈에 대한 그들 모두의 반응은 멋져 보였다. 우리 사회였으면 어땠을까? ‘정신 차려라’, ‘그게 될 거 같냐?’, ‘배가 부르니까 별 생각을 다하는구나’, ‘죽고 싶어 환장했냐?’ 등등 떠오르는 것들이 죄다 부정적인 반응이다. 주변이 이렇다면 꿈을 꾸고 키워 가는 일은 너무 외로울 것이다. 그래서 끝내 그 많던 꿈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닐까?


이렇게 든든한 지원 속에서 필립은 무려 6년간이나 치밀하게 준비를 한다. 단순히 황홀한 꿈을 꾸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매듭 묶는 방법, 케이블을 설치하는 방법, 마지막 도착 지점까지 긴장하며 줄을 타는 법 등을 하나하나 배워 간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상황 속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 간다. 꿈을 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필립처럼 꿈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하나씩 디딤돌을 준비한 자만이 높은 곳에 있는 꿈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뚜렷한 목표에 주변의 지원과 본인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필립은 감동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는 그 기쁨의 순간에 진심으로 주변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내가 잘 나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건물과 바람과 구름과 케이블과 동료들이 도움을 준 덕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필립의 겸손한 마음은 성취한 꿈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처럼 꿈을 이루는 과정은 인간적 성숙의 깊이를 더해가는 시간이다. 그런 성숙함이 존재하는 사회였기에 법을 어긴 필립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었던 것이다. 죄의 대가로 벌이는 필립의 공연을 보면서 누군가는 또 새로운 꿈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렇게 꿈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구성원들 서로가 영향을 미치며 꿈을 키워 나간다. 꿈의 영향력은 선순환하며 온 세상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이 정도 내용이면 우리가 잃어버린 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꿈을 영화로 배우게 된 현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잃었던 본성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여서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412미터 상공에서 펼쳐지는 고공쇼를 보며 오금 저리는 공포와 성취의 쾌감을 번갈아 느끼듯, 온몸의 감각이 줄 위에서 쉴 새 없이 출렁거리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실화라고 하니 누군가 ‘내 꿈이 너무 무모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 이 영화로 용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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