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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ul 11. 2015

인사이드 아웃

우리는 어떻게 느끼고 자라는가?

지난 사진을 정리하다가 딸아이의 성경암송 사진을 발견했다. 채 다 외우지 못해서 실수가 많았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해맑게 웃던 모습.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이듬해에는 찬양대회에 나갔었는데, 딸아이가 긴장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보다 다 잘 해.’라고 혼잣말을 했다. 무척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이가 커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서운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자라는 아이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피트 닥터 감독의 ‘인사이드 아웃’은 아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추상적인 감정들을 캐릭터로 형상화하여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손에 잡히게 그려 내고 있다.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에는 ‘기쁨’과 함께 ‘슬픔’과 ‘소심’, ‘버럭’과 ‘까칠’의 감정이 산다. 라일리는 대부분 ‘기쁨’의 상태이지만, 점점 ‘슬픔’의 기억이 많아진다.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를 맞으면서 라일리는 ‘멘붕’에 빠지게 된다. 기존의 성격에도 변화가 오고, 라일리는 점점 행복을 잃어 간다.


다섯 감정은 라일리에게 행복을 되찾아주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그 모험의 과정에서 만나는 동심의 세계. 경이로운 볼거리에 감탄하던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더듬고 있었다. 나에게도 ‘빙봉’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대화와 놀이를 그와 함께 했었다. 나의 ‘빙봉’은 언제 내 곁을 떠났을까? 답을 찾던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기억의 세계에서 사라져 가는 ‘빙봉’. 나는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빙봉’을 지워 버린 걸까? 미안하고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났다.

라일리가 가출까지 감행하게 된 것은 ‘슬픔’의 기억이 많아진 탓으로 여겨졌다. ‘기쁨’은 ‘슬픔’이 라일리의 기억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슬픈 기억이 많아지면 라일리가 불행해지니까. 하지만 기쁨과 슬픔은 맞닿아 있다. 자라면서 슬픈 기억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충분한 눈물을 흘릴 때, 우리는 새로운 기쁨을 맞이할 수 있다. 라일리도 자신의 슬픔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다시 행복을 찾게 된다.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우리는 추락하는 존재이다. 추락의 순간에는 슬픔이 동반한다. 슬픔 때문에 추락을 멈출 수는 없다. 완벽하게 추락하여 바닥에 닿아야 비로소 튀어오를 수 있기 때문에. 오르는 순간에는 기쁨이 찾아온다. 이러한 탄성(彈性)을 배우기 위해 우리의 아이들은 얼마나 많이 바닥에 온몸을 던지게 될까? 이 영화는 그 배움의 기본기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슬픔을 기쁨의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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