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소년
직장인들을 위한 익명 게시판.
우리 회사의 게시판도 생겼다.
가끔 들어가 글들을 본다.
웃음과 푸념과 불만과 자조가 넘실거린다.
그런 이야기들, 예전엔 술자리에서 오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이야기들.
해결된 건 없어도, 쏟아낸 것만으로 가슴속이 시원했다.
익명의 우리들은 그렇게 쏟아내고 싶은가 보다.
누군가 그냥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런 바람들이 읽혀서 게시판이 쓸쓸해 보인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만나는 친구가 있다.
친구를 앉혀 두고, 한참 동안 혼자 얘기한다.
친구는 술잔을 채우며 말없이 듣는다.
“야, 들었으면 무슨 말을 좀 해 봐.”
답답한 내가 묻는다.
친구는 대답한다.
“답은 니가 이미 알고 있잖아. 넌 잘 할 거야. 믿어.”
그때 알았다.
난 해답이 아니라,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는 걸.
묵묵히 들어주고 믿어주고, 고개 끄덕여 주는 사람.
우린 그런 내편이 필요한가 보다.
절.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