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방학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몰랐다.
한 가정이 꾸려지기 위해서는
누군가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 일들이란 게 큰일부터 아주 사소한 일까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들이 날마다 달마다 반복되고 있음을.
그렇게 받고만 살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투정이었다.
이젠 나도 아비가 되어
아이들의 투정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뒤늦게 발견하는 부모님의 힘들었던 그림자들.
그 그늘에서 이제는 부끄러움을 감추는 나.
그리고 또 알게 된 것이 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힘들고 번거로운 일 따위는 아비에게 없다고.
아이들 웃음에 주름이 펴지고,
아이들 투정에 욕심이 생기는
아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것이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의 보답이라고.
우리의 동거에는 그렇게
내리사랑이 흘러간다.